런던(영국)에서의 마지막 이틀입니다.
물론, 런던 시내에도 돌아볼거리는 상당히 많습니다. 유명한 마담 타소의 밀랍인형박물관도 있겠고, 런던 브릿지, 각종 성당이며 뭐며 하는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가장 부러웠던 넓고 멋진 공원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러한 것들은 하나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배낭여행때 대충 돌아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번 여행에서 단 한곳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박물관", "미술관"들을 이번엔 돌아보겠다고 작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의 일만도 아니고, 정말로 유럽에 배낭여행가서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한 박물관, 미술관들을 하나도 안들어가본 사람도 많진 않았을겁니다. 그때 생각엔 그랬죠. 그런건 알면 알만큼 보이는 것이라서, 멋모르고 그저 남들 보는대로 돌아보기만 하기엔 아깝다.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보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나름대로 이유도 그럴 듯하고 그렇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역시 "치기"에 가까운 부분도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난 역시 남들관 달라"랄까... ^^; 그후로 많은 시간이 지나고, 이번엔 미리 유럽의 박물관, 미술관 기행에 대한 책도 사서 읽어보고, 가져가고 그랬습니다. 뒤에 개별적으로 얘기가 나오겠습니다만, 그렇게들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 들어가보는데는 역시 이유가 있는거죠. ^^
대영박물관을 하룻동안 돌아보았습니다. 보려고 마음을 먹으면 하루에 모두 "음미"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앗시리아의 부조물입니다. 왕의 사자사냥 장면이죠. 그걸 보면서 느꼈던 "이건 정말 좋구나"라고 하는 감정을 여기에서 제대로 전달할 자신은 없습니다. 굉장히 투박하고, 다른 화려하고 거대한 것들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볼 수도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조가 정말로 좋았습니다. 다른 것들에 비해서 뭔가 감정이 전달되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그 일부인데, 굉장히 넓게 펼쳐진 부조에서 여기저기 쓰러져가고 창에 찔리고 있는 사자들이...음 뭐랄까... 원래는 왕의 위엄을 전달한다는 설명을 읽기도 했습니다만 생명에 대한 연민과 사냥-전쟁-목숨을 건 승부에 대한 잔혹함과 냉정함이랄까요. 한참을 들여다보았네요. 이 사진은 정말 너무나 부족합니다. 저로서도 그걸 다시 느껴보려면 다시 가서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영박물관은 역시 대단합니다. 그 소장품의 면면이나 규모를 보면 정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우리나라의 고대 유품들도 거기에 가있으니까요. 이집트, 그리스 등 정말 고대 유럽지역에서 문명이라고 할 만한 곳들의 내노라는 유품들이 수없이 이곳에서 진열되고 있습니다. 건물 부조를 뜯어오고, 건물의 기둥을 뽑아다가 여기에 세워놓고 할 정도니까요. 그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 자세히 늘어놓진 않겠습니다. 정말 그렇더라...는 정도로만 하죠. 쳇.
대영박물관을 돌아본 다음날에는 네셔널 갤러리에 갔었습니다. 국립미술관이라고 번역되나요? 이곳의 규모도 대영박물관만큼이나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 이틀동안 정말 산을 오르내리는 것만큼이나 다리가 아프게 돌아다녔죠.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할까 합니다. 다만 권해드릴 것은 언제 가보시게된다면 들어가서 둘러보실만 하다는 것, 그리고 관계 자료를 꼭 미리 챙겨서 보시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한 얘기대로 아는 만큼 보입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과 상관없이 자신과 궁합이 맞는 - 저건 정말 좋구나 하는 것도 따로 있기도 합니다. 앞서의 사자사냥이 제겐 그랬지요. 그러한 감동을 만나던, 저게 그거구나... 역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껴보시던 양쪽 모두 수확이 있을겁니다.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박물관, 미술관을 돌아보았다면 저녁시간 이후에는 뮤지컬을 보았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이야 너무나도 유명한 바로 그 작품이고, 또 한편은 "맘마미야"입니다. 아바의 히트곡들을 엮어서 만든 재치있는 "최신 유행" 뮤지컬이지요. "런던에서 뮤지컬을 본다" 그 예전에는 왜 생각도 못했나 모릅니다. 무턱대고 다녀보는 여행도 물론 좋은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도 많이 다녀보았구요. 하지만, 준비를 한만큼 더 얻는 부분이 많은 것 또한 분명히 사실입니다. 런던의 후배가 좋은 자리의 표까지 구해줘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두편 모두 말입니다.
부록입니다. ^^; 오늘은 예전에 다녀왔던 배낭여행과 비교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가 찾아본 당시의 사진입니다. "스트로베리 필드"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비틀즈의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라는 노래가 가리키는 바로 그곳입니다. 저 간판이 원래 관광객들이 죽어라 떼어가는 품목이었다고 하던데 제가 갔을 때에는 떼어낼 수 없도록 벽에 새겨 버렸더군요. 오늘 한 얘기를 다시 반복하자면, 빨간 페인트의 철문 하나 - 모르는 사람에겐 그게 전부일겁니다. 하지만 비틀즈를 알고 그 노래를 안다면 결코 기념사진 한 장 찍지 않고서는 못배길 곳이 되는거죠. 그걸 모르고 지나쳐와 버렸다면, 그걸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면... 많이 아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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