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0일 목요일

2007 몰디브 (3/3)

4. 풀과 액티비티

풀은 로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홈페이지 안내로는 몰디브에서 가장 큰 편에 드는 풀이라고. 바다를 바라보는 인피니티 풀을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바다 색깔을 염두에 둔 듯 옥색 타일의 수영장에서는 사람이 좀 많은 때면 어김없이 엄마 아빠들과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거의 꽉 찼을 때도 시끄럽지는 않은 편. 그리고 깊이가 1.4m정도여서 나처럼 키 작은 사람도 마음 편히 놀 수 있었다. 메인 풀 옆에 키즈풀이 있는데 유치원 가기 전 나이의 어린이 정도까지에 적합할 것 같은 작은 풀이다. 장난감들이 둥실둥실 떠있던데 원래 비치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옆으로는 모래 장난 할 수 있는 공간도 작게 있었다. 풀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그냥 일반적인 비치 체어와 파라솔도 나쁘진 않지만, 수영장에 가서 오래 있을 거고 해에 노출되기 싫다면 역시 우리가 ‘대왕 자리’라고 불렀던 정자 자리들을 노려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예전 발리 갔을 때 호텔 ‘The Legian’에는 거대 파라솔을 갖춘 대왕 베드가 있어서 좋았는데 여기는 비치 체어 자체는 다른 자리와 같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자리는 3개가 있는데 좀 일찍 자리를 맡는 것이 좋지만, 자리에 사람이 있을 경우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빠지고 들어오면서 자리가 나므로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맡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자리에 두 개가 있고, 키즈풀 앞에도 하나가 있지만 그 쪽은 뷰가 좋지 않으니 자녀가 없다면 피하는 게 낫겠다.
숙소에 보면 일주일 단위 액티비티에 대한 안내 책자가 있다. 스노클링 트립 처럼 매일 같은 것도 있고 날마다 달라지는 것도 있고 그랬던 듯.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많아서 이미 오후에 나가는 스노클링 트립(인당 USD 20 + 10%)은 예약이 꽉 차있었고(어느 정도였냐 하면 금요일에 예약하는데 다음주 화요일에나 자리가 있었다.) 돌핀 왓칭도 그랬다. 돌핀 왓칭은 그 전날 나갔던 강사에 따르면 만져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돌고래가 와글와글 왔다고 하는데, 오호라 자리가 없었던 것이 천추의 한이로세. 원래 이 두 가지는 인기가 많은 코스라고 하니 들어가시는 분들 비수기 때가 아니라면 도착하는 당일에 미리미리 예약하실 것을 권한다. 우리는 하지 않았지만 많은 스탭들이 권한 액티비티로는 선셋 피싱(USD 35 + 10%)이 있었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을 경우 돈을 조금 더 주면 회를 떠 준다고 하니 나름 재미있고 몸에도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 된다.
어쨌든 예약 미션에 실패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매일 아침에 나가는 하우스 리프 스노클링(USD 10 + 10%)을 갔다. 하우스 리프 스노클링은 리조트 남서쪽에 있는 작은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하게 되는데 제티에서 배를 타고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우리는 둘 다 스노클링 초심자인지라 약간 떨었는데, 어차피 구명조끼 다 입고 하니까 물에 빠질 걱정은 안 해도 되고 강사도 2명 정도 되므로 수영을 못하거나 처음이라면 미리 말 해두면 신경 써 주니까 마음 놓아도 된다. 하우스 리프의 수중 환경은 비교 대상이 없으므로 잘 알 수는 없지만, 맛보기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색상이 화려한 물고기 들이 예상보다 적었지만 물고기는 적지 않았다. 문어나 장어류 같은 것도 눈에 띄었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오후에 나가는 스노클링 트립은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갈 것이니 그 쪽으로 가셔야 하겠지만 우리처럼 초심자여서 좀 더 멀리 나가기 전에 자신감을 갖는 차원에서 도전해 보는 정도라면 괜찮을 듯. 아무것도 모르는(바보?) 우리 두 사람은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니모는 없더라.^^ 사진은 일회용 수중 카메라로 찍은 것을 스캔한 것이라 질이 좀 떨어지니 양해를…


(이것은 강사분...)





스노클링 트립을 굳이 나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수영장 앞 쪽에서 작은 산호들과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우리는 마지막 날에야 수영장 앞쪽 바다에 들어가 볼 생각을 했는데 화려한 물고기나 산호는 없지만 해안의 돌들을 따라서 작은 물고기들이 오가는 것을 한가롭게 구경하는 것도 꽤 괜찮았다. 물의 깊이가 어림잡아 60-70cm정도로, 깊은 곳은 그 두 배 정도 되므로 어린이가 있거나 초보자, 또는 물을 무서워하는 경우라면 더 권할 만 하다. 그 근처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Baraabaru 레스토랑 앞쪽으로, 물가 쪽으로 만든 데크 기둥 아래에 귀여운(!) 산호들이 자라고 물고기들도 모여 있다. 물이 얕으므로 광량이 충분해서 사진도 잘 나올 것 같다. 스노클링 기어는 해변에 있는 리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빌려주며 체크아웃 하기 전에만 반환하면 된다. 다른 리조트 들도 그렇듯이 무동력 수상 스포츠 기구는 무상 대여할 수 있으니 그런 쪽으로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 스파와 라운지

사실 이번 여행을 처음 계획 할 때 방콕-몰디브 노선을 만들어 보려고 한 큰 이유가 마사지였다. 서울에 있으면 못 받으니 방콕 가서 신나게 마사지 좀 받아보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안 에어가 우리를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어, 빈탄과 싱가폴에서 마사지를 받고, 포시즌에서는 비싸니까 패스~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빈탄에서 일이 좀 꼬이는 바람에 마사지를 한 번 밖에 못 받았다! 좌절이다 좌절.
리조트에 들어 간 이후로 바다 저 편에 있는 아일랜드 스파를 바라보며 눈물짓던 차, 마님의 심기 불편을 눈치 챈 마음 여린 삼돌이는 특단의 결심을 하고야 마니…
“마님 혼자 가서 마사지 받고 오세요.”
물론 나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혼자서… 게다가 비싸잖아요~”라고 말을 하면서 내심 쾌재를 불렀다.
쿠다 후라 사계장의 스파는 ‘아일랜드 스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스파가 작은 섬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해변에서 스파 쪽을 바라보면,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멋진 건물과 조경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에 도니가 오가는 모습이 상당히 운치 있고 아름답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엽서 사진이 나오는 정도.^^



스파도 사람이 많아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되지 않아서 최대한 미룬 끝에 마지막 날 리조트 출발 2시간 전에 1시간짜리 타이 마사지를 받기로 하였다. 예약을 할 때 원래 남/여 마사지사를 고를 수 있는데 여자 마사지사가 남은 사람이 없어서 남자로 결정. 개인적으로 오일 마사지를 싫어하고, 옷 벗고 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몰디브까지 와서 타이 마사지를 받게 된 것이다. 아아 방콕이 그리워라.
일단 예약이 되면 컨펌 메일이 방갈로로 오며, 도니를 탈 수 있게 제티에 스파 예약시간 30분 전까지 도착하라는 전갈이 같이 날아온다. 거리상으로는 그냥 스노클 장비 끼고 찰박찰박 수영을 해 가도 금방 도착할 것 같이 가까운데 일단 도니를 타고 가야 하고, 가서 몸 상태 관련 질문지 작성, 옷 갈아입고 스팀 쐰 후 샤워하기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가야 한다.
도니는 아래와 같이 생겼고 맥시멈 4명 정도가 탈 수 있을 듯 하다. 노를 저어 가는 것은 아니고 동력선이다.^^



스파 섬의 모습.




스파 내부의 사진은 물건 다 두고 홀로 들어간 관계로 없으니 이해를..^^; 바람직한 리뷰어의 자세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마사지 받을 때는 휴식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은 잘 찍지 않게 되었다. (사실 스파들이 어두워서 사진이 흔들려 나오는 것을 감당하지 못해서인지도…)
스파에 도착 해 질문지를 작성하고 차 한잔을 마시고 나면 담당 마사지사가 나와 맞아 준다. 먼저 탈의실과 스팀룸, 그리고 샤워와 큰 목욕탕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스팀 10분 정도 하고(1인용 스팀룸이다.)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있으면 밖에 마사지사가 다시 와서 문을 두드리며 준비 되었는지를 묻고 함께 마사지를 받을 스파 빌라로 간다. 스파 빌라들은 워터 빌라처럼 바다를 바로 내려다보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천정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큰 창이 있어서 전망도 그만이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그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워터 빌라에 묵는 대신 스파를 한 번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마사지는 요가처럼 근육을 꺾고 늘리는 것이 위주가 되었는데, 태국에서 받았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스트레칭 수업 받는 듯… 릴렉스한 느낌 보다는 관절이 상당히 시원한 느낌을 주어 좋더라. 남자 마사지사에게 타이 마사지를 받은 것은 처음인데 아주머니들보다 힘이 좋아서(^^; ) 들어줄 때 확실히 들어주고, 꺾어줄 때 확실히 꺾어주고, 눌러줄 때 확실히 눌러주는 것도 굿. 몸이 많이 굳으신 분들은 좀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자 아쉽지만 마사지가 끝났고 이로서 몰디브에서의 여정도 끝났다. 본 섬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출발하기로 한다. 몰디브는 여름이지만 비행기는 춥다는 거… 잊었다가는 거의 10시간을 덜덜 떨어야 하므로 절대 잊지 마시길. 미리미리 긴 팔을 준비하여 대비하자.  아일랜드 스파에서 샤워를 했기 때문에 다시 이용은 하지 않았지만 이쯤에서 체크아웃 후에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와 샤워 시설 등을 소개해 본다.
Mathiage Lounge는 피트니스 클럽 옆에 있으며 수영장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2층은 의자와 테이블, 티비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으며,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보온병과 찻잔등이 준비되어 있다. 인터넷은 30분에 5불로 가능하여 조금 섭섭했지만 야구 경기 결과가 궁금하다 보니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그때만 해도 우리 사자들이 연패의 수렁에 빠지기 전이라 다행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은 올라갔더니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서… 좀 놀아준 적도 있다.^^;





아래층에는 락커룸과 화장실, 그리고 샤워실이 있는데 몇 번 들어갔어도 사람들과 마주친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봐서 그렇게 많이 이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락커 열쇠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달라고 하면 된다.





폭신한 수건은 물론 잔뜩 있으며, 샤워실에는 샴푸 린스 샤워젤이 구비되어 있다. 밖에는 헤어드라이어와 바디 로션, 면봉 티슈 등 필요할 만한 것은 다 준비되어 있으니 편안하게 사용하면 된다. 에어컨이 심할 정도로 나오니 풀에서 오후의 열기에 지쳤을 때 잠시 들어가 몸을 시키는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

6. 체크아웃과 떠나기.

체크 아웃 전날이 되면 편지가 오는데, 이제까지 쓴 비용에 대한 내역 안내와, 체크 아웃 시간 안내, 그리고 언제 리조트에서 배가 떠나는 지가 적혀있다. 공항에 비행기 출발 2시간 정도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리조트 타임이 말레보다 1시간 빠르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손님인 우리는 별로 생각할 필요 없이 리조트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 너무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 삼아 우리가 움직였던 스케줄을 알려드리면, 오후 11시 15분(말레 타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리조트에서는 9시 30분에 출발 했다.
로비로 가서 일단 체크 아웃을 하게 되면 방 번호가 아닌 새로운 번호를 배정해 주므로 식사를 하거나 스파를 하는 등의 비용이 발생할 때 이 번호로 정산을 하면 된다. 체크 아웃시에 일부 결제하고 나머지를 따로 결제해도 되고, 마지막에 리조트를 떠나기 전에 결제 해도 된다고 한다.

7. 그리고…

리조트를 떠나 별이 빛나는 밤 바다를 달리다 보면 떠난다는 기분에 마음이 살짝 촉촉해진다. 몰디브가 심심하다고 말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바다만 바라봐도 심심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좀 이해가 안 가는 말이다. 물을 싫어하면 좀 문제가 있을 것이고 많이 다니고 많이 보는 것을 여행의 목표로 삼는다면 어울리지 않는 목적지인 것은 맞지만.
그 곳에는 수수한 듯 하지만 부티 나는 숙소와, 약간은 서운한 식사, 다른 Four Seasons에서 받았던 착착 감기는 것 같은 서비스와는 좀 다른 경쾌한 느낌의 서비스가 있었다. 식사에서 있었던 문제도,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면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나중까지 신경 써 주는 서비스 덕에 조금은 용서되는 게 사실이다. 언제나 친절한 사계장, 밥만 좀 더 잘 준다면 삼돌군과 마님의 짝사랑은 계속 되지 않을까 한다.
자, 다시 가려면 몇 년짜리 적금을 부어야 될까?



 ST  2007/05/10  
몰디브는 다른 것 다 떠나서 '바다' 하나 만으로도 동남아의 무수한 섬들을 가뿐하게 보낼 수 있는 전설적인 곳이라 들었습니다.
역시나 여전히 우리 멜(깁순씨;;)의 눈동자같이 아름다운 바다로군요.
사진 만으로도 '시리도록 푸르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좋습니다, 좋아요. T_T
날씨도 좋았겠다, 이뻐하시는 사계장이다... '두 양반 마냥 신났겠구료'했었는데 컨디션과 몇 가지 음식이 상태 메롱이었다는 그거이 조금 안타깝습니다만,,,
몰디브의 쪽빛 바다와 사계장이 거기 있었지요.
글에서도 여유로이 즐기셨던 나른한 행복이 느껴집니다, 그려. 


 Tahiti  2007/05/11  
이제 곧(!) 바다에 잠긴다는 몰디브. 이젠 가봤으니 다른 곳을 공략하셔야 할 듯.
저런 곳에 있으면 세속에서의 각박한 마음을 버리고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드는데...
다음엔 Tahiti 가시죠. 좋다던데... 


 litlwing  2007/05/11  
ST님 / 좀 멀고 긴 여정이었어서 피로도 많이 쌓이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몰디브 리뷰만 올라와있지만 그 전에 빈탄2박, 싱가폴2박에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서 1박하고 몰디브로 들어간거 거든요.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러긴 했습니다만, 지금 봐도 참 피곤한 일정이 된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몰디브에 가게된다면, 싱가폴2박 몰디브 X박 싱가폴2박 정도로 할까봅니다. (싱가폴 안찍고 바로 가는 직항이 생긴다면 그게 우선이겠죠) 


 litlwing  2007/05/11  
Tahiti님 / 세속에서 착하게 살아야 진짜 착한거죠 ^^
타히티, 피지 모두 가고 싶긴 합니다만, 몰디브 보다 더 멀고 여정이 더 험난해보여서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저희가 마일리지를 쌓는 스타얼라이언스쪽하고 거리가 멀죠... --; 


 꿀짱구  2007/05/25  
아.. 정말 좋았겠다. ^^ 보는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혜인  2007/08/13  
제가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나봐요. 정말 눈에 보일 것 같은 친절한 리뷰어의 글을 반갑게 후딱~~ 읽었습니다. 와와.. 여전히 멋있게 살고 계시군요. ^^

2007 몰디브 (2/3)

3. 식음료

한 번 들어가면 리조트에서 세끼 식사를 해야 하므로, 식당은 여기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고민하다가 하프보드(아침+저녁)으로 미리 예약을 해서 갔는데 우리는 원래도 호텔에 들어가면 좀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은 풀사이드에서 간단히, 그리고 저녁을 좀 잘 먹는… 그러니까 살찌기 딱 좋은 스타일이라서, 괜찮은 선택이긴 했다. 모든 식당과 방갈로 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특별 이벤트가 있는 식사(주말에는 Cafe Huraa와 Baraabaru에서 시푸드 바비큐 부페, 인디안 음식 특별전등이 있었다.)는 데스크에 물어보면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딱 한 테이블만 앉을 수 있는 위치에서 로맨틱 디너(일반 식사의 두 배 정도 지불해야 한다고 함)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차액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지만. 아 참, 하프보드의 경우 모든 음료(물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시라.

지금까지 여행에서는 로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심하게 고생한 기억은 없는데, 이번 여행 내내 몸이 안 좋고 입맛이 없어서 음식 때문에 고생을 했었다.(그냥 다 별로고 집 밥이 그리웠다…--;) 포시즌에만 도착하면 이 고생은 모두 끝이려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았으니-. 흑. 도착한 날 아침 겸 점심 먹으러 Reef Club에 갔다. 점심때 안티 파스토 부페랑 알 라 까르뜨를 같이 하는데 부페가 1인당 $38. 좀 비싸니 그냥 단품으로 먹자고 남편은 마르게리따 피자를, 나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시켰다. 피자는 괜찮았는데, 이놈의 봉골레. 해감이 제대로 안됐다. 조개를 씹을 때마다 뭔가가 버석버석 씹힌다. 개인적으로 봉골레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좀 먹다 말았다. 게다가 엄청 짜기까지…--;; 담당 서버가 맛이 괜찮냐고 묻길래 이러 저러 해서 먹을 수 없다라고 하니까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또 해감이 안된 조개가 나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됐다고 했더니 다른 것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파스타를 1/2인분(half-portion)으로 달라고 해서 먹었다. 솔직히 그 녀석도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고…T-T

이런 자리들이 있고, 지붕 있는 실내 쪽 자리들도 있다.
Reef Club의 부페 쪽.


언제나 빵만은 맛있다.^^ 빵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마르게리따 피자.


문제의 봉골레.


나중에 먹은 파스타. 이름도 생각 안 남…

그날 저녁, 다시 한번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저녁을 먹은 Cafe Huraa는 동양 음식과 시푸드를 같이 내놓는 가장 넓은 스펙트럼의 레스토랑이었다. 배는 고픈데 입맛은 없고, 또 낮에 별로 맛있게 식사를 하지 못한지라 (나는) 아시안 음식을 공략해 보기로 하고 스시 플래터와 타이 샐러드, 사천식 산라탕을 먹었다. 타이 샐러드는 산뜻하고, 사천식 산라탕은 새콤 매콤 입맛을 돋궈주었는데(두 그릇도 먹겠더라), 스시 플래터에서 스시를 집는 순간 뭔가 무겁다는 느낌이 오면서 ‘왜 이렇지?’라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친다. 입에 넣고 씹는 순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쌀이 덜 익은 것이다. 씹으면 꼬들한 게 아니라 반쯤 익은 거라 생 쌀의 질감이 느껴지는… 아아 이 자들이 우리에게 왜 이런단 말인가. 우리는 마음으로 절규하며 서버에게 말했다. “쉐프에게 전해주시오. 이것은 손님상에 올라오면 안되는 음식이라오.T-T” 결국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미안하다고 하며 다시 만들어 주겠다는 걸 사양하고 그냥 메인 요리를 먹기로 했다. 나는 관자를, 리틀윙님은 스테이크를. 관자는 메쉬드 포테이토랑 같이 나왔는데, 본인이 원래도 관자 킬러이긴 하나 정말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도록 적당히 익혀져서 나와서 너무 맛있었다. 스테이크도 맛있었던듯.


밝을 때라 홀로 사진이 잘 나온 빵.^^


타이 샐러드.


제대로 배신해 준 스시 플래터.


정말 맛있었던 관자. 관자란 그냥 재료가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심플하게 구워도 맛있는 것이다!


육즙이 흐르는(추룹추룹…) 스테이크.

계산할 때 다시 매니저가 와서 사과를 하면서 그 요리 값을 빼주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프보드로 왔거든…이라고 하니까 그럼 음료값을 빼주겠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티 한잔 더 마실 걸 그랬나 하는 비굴한 후회가 들었다. 하하하.
다음 날 아침은 그냥 방갈로에서 먹었다. 전날 밤에 미리 주문하면 정한 시간에 가져다 주며, 주문도 메뉴가 있으니까 정해서 이거 이거 주세요 하면 되니까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약간 욕심을 내서 많이 시켰는데, 확실히 배달해 주는 거라서 조금은 맛이 떨어지는 것 같더라. 왜 오믈렛 같은 음식은 바로 받아서 먹어야 훨씬 맛있지 않은가. 게다가 밤 새 에어컨을 쐰 카메라 렌즈에 이슬 맺히는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진도 잘 찍지 못했다. 나머지 이틀은 직접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하루 정도는 방갈로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식당에 직접 가서 드시기를 권하고 싶다. 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프렌치 토스트 매우 비추다.
조식은 Cafe Huraa에서 하는데 생각보다는 좀 조촐한 편이다. 조식 사진이 별로 없어서 별로 보여드릴 것이 없는 점이 유감. 보통의 조식당에서 기대할 법한 것들은 대충 다 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꿀인데, 벌집을 직접 가져다가 아래로 흘러내리게 해서 퍼가게 한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토종꿀임을 증명할 때 쓰는 방법 아니던가.. 설마 몰디브 토종꿀인가? ^^
 

토요일 저녁에는 Fisherman’s Feast라고 해산물 바비큐 부페를 한다고 해서 참가해 보았다. 그 전에 선셋 칵테일 시간에 무료로 칵테일을 마시고 호텔 스탭들과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므로 참여해 보시길. 우리는 칵테일 두 잔씩 마시고 얼굴 빨개져서 저녁 먹으러 갔다.



조식당 내부에 부페로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식단이 차려지고 바깥쪽에는 생선 두어 종류와 새우를 골라서 구워주는 자리가 있다. 명색이 해산물 바비큐의 밤인데 너무 종류가 적다는 것이 좀 유감.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레드 스내퍼, 화이트 스내퍼, 그리고 타이거 프론이 있다. 요거 요거 달라고 찍어주면 가져가서 구운 다음에 자리로 가져다 준다.



아웃포커싱 실수로 쌍으로 찍은 사진...--;
굴이랑 홍합 등은 싱싱했고 그 전과는 달리 스시도 먹을 만 했다는 리틀윙님의 제보가 있었다.



홍합~.


해산물 샐러드~.

리조트에 오래 머무는 사람 일수록 식단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일 테니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이런 행사를 가져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 날 메뉴도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한정된 감이 있었지만 편하게 잘 먹었다.
풀 사이드 메뉴는 평범하게 그릴드 푸드와 버거, 핫도그 등이 있으며, 그 중 하루는 버거를 하루는 핫도그를 먹었는데 핫도그는 옆에 야채가 살짝 곁들여 나오기는 하지만 좀 빡빡해서 권할 만 하지 않다.
 



사진에 나온 큰 건물이 바(bar)인데 물에서 나가지 않고 헤엄쳐 가서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세 번째 날 저녁에는 다시 Reef Club에 가서 먹었다. 첫날 이후 우리는 둘이서 아마 ‘불평쟁이 손님’으로 찍혀서 유명해져 있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재미있게도 우리가 선셋 칵테일 할 때 음식에 대해 많은 얘기를(혹은 불평을) 했었던 직원이 Reef Club에 나와 있어서 우리에게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써 주었다



대강 이런 분위기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정도 된 아들을 데리고 온 서양인 부부가 음식을 기다리면서 아들과 함께 카드게임을 하던 모습을 보았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식사를 기다리며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닌가.
아이스티를 얼린 얼음을 아이스티와 함께 제공해 주는 센스가 있다.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애피타이저.



관자 킬러답게 한번 또 먹어준다. 왜 집에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구울 수 없을까…



해물 리조또와 메인인 스내퍼 구이.

그리고 또 하나의 메인이었던 튀김 요리. 랍스터 포함 야채 등등을 튀긴 것이 섞여 있다.



Reef Club의 요리는 전반적으로 해물 위주의 이탤리언. 속이 계속 안 좋은 상태였음에도 맛있었고, 밥을 먹다가 숙소로 돌아가야 할 만큼 위장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더라면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쯤 쓰다보니 포시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음식 생각이 난다. 그 전부터 아쿠아에서 가끔 후기를 읽다 보면 나오는 얘기 중에 꼭 따라 해보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리조트 객실에서 점심에 컵라면 먹는 거…^^; 여행가서 그럴만큼 한식이 절실하지는 않고, 정 안 좋으면 일식 정도로 해결을 하니까 가져간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리뷰와 후기에 보이는 그 행복한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길래 컵라면을 두 개 챙겨가 보았는데… 보통 때 같았어도 맛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몸이 계속 안 좋아서 입맛이 없었던 탓에 한식이 계속 땡기다 보니 그럴 때 먹는 컵라면이란 정말 별미더라. 밥이 없었던 게 한. 예전에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여행가서 한식을 찾는지 이해를 못했던 남편도(유럽여행 한달 넘게 해도 그냥 현지식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인간이었음.) 이번에는 같이 몸이 안 좋았던 지라 드디어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신의 경험의 한계만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우리는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상황을 경험하면서 지경을 넓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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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hiti  2007/05/11  
영국 시골(!) 호텔 부페에서도 벌집째 놓은 것 보았음. 꿀을 푸다가 죽은 벌이 나올까봐 걱정되어서 먹지 않음.ㅎㅎ 


 Tahiti  2007/05/11  
유럽에서 느끼한 서양 음식 앞에 두고 고추장을 그리워하는 차某 배우의 순某 고추장 광고는, 진실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눈물로 공감하는 광고라 사료됨.
동양 음식 전혀 없는 곳에서 일주일만 있으면, 라면 거의 안 먹던 사람도 라면 냄새만 맡으면 위가 먼저 달려감. 


 마님  2007/05/11  
미국에 있을때 매운거 싫어하던 내가 라면을 맵게 끓여서 먹던 생각이 나누나. 저거 아래로 꿀이 흘러내리게 되어 있어서 시체는 안나왔다...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