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4일 토요일

Tea House Siam Celadon

5월의 치앙마이는 정말로 무더웠고, 나는 ‘이러다 길에서 쓰러지던가 토하던가 둘 중 하나’라는 불길한 예감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불편한 위장을 이끌고 남편과 함께 인적 없는 낮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어딘가 들어가서 앉았으면 좋겠는데 낮에 문을 여는 가게가 별로 없다. 게다가 일요일 낮이라 여는 가게는 더 없으니 갈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낭패다.
그렇게 개들만 낮잠을 자고 있는 황량한 타패 로드를 방황하고 있던 우리에게 오아시스가 나타났으니. ‘Tea House Siam Celadon.’ 씨암 셀라돈이 도자기 브랜드이고 앞에 전시장이 있어서 어떨까 약간 주저했으나, 몸 상태가 더 이상 주저했다가는 실려가기 일보직전이라 일단 들어가고 본다. 앉아서 나는 캐모마일 티를, 남편은 오렌지 주스와 클럽 샌드위치를 시켰다.




도자기 회사답게 다기가 멋지다.



클럽 샌드위치는 경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실하고 괜찮은 정도이며 갈아서 만들어주는 오렌지 주스도 괜찮다는게 리틀윙님의 코멘트. (여기서 질문: 이 붉은색이 나는 오렌지 주스를 만드는 오렌지는 종자가 다른 것인지?)




내부를 살펴보면, 건물에서 들어오는 입구쪽에는 씨암 셀라돈 전시장이 있고 중간에 천정이 뚫린 연결 통로가, 그리고 그 다음에 티 하우스가 있다. 아마도 오래된 식민지풍 집을 고친 것이 아닐까 생각 되는데 내부가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특히 나무를 조각한 장식들이.





가구들은 완전히 통일된 형태는 아니어서, 저렇게 검은 칠을 한 나무 의자와 테이블도 있고 라탄으로 된 의자도 있고 금속 프레임에 유리를 올린 테이블도 있고... 다양하되 어디가 특별히 튀지는 않는다. 창가에는 하얀 커튼이 바람에 흩날리니, 참 한가로운 풍경이 된다.



안쪽에는 마당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2인용 테이블이 몇 개있다. 나무가 많아서 그늘도 있어서 둘씩 온 사람들은(그래. 커플들!) 밖에 앉는 걸 선호하는 것 같더라. 마당 왼쪽에는 주방 건물, 오른쪽에는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멋지게 꾸며지지는 않았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있고, 손 닦는 작은 수건도 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가격은 클럽 샌드위치가 70밧, 차와 주스는 50밧씩. 그리고 서비스 차지 10%가 붙는다. 분위기도 예쁘고 식음료도 괜찮은 편이니 타패 거리를 걷다가 그 열기에 지치면 좀 쉴겸, 분위기 전환 겸 들러 보면 좋을 듯 하다.(- 실신 일보직전에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온 사람 백)
아참, 정말로 낮 시간대에는 가게들이 많이 문을 열지 않는다. 어쩌면 계절이나 시기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오후 늦게 선데이 마켓 열 시간 정도 되니까 열기 시작하니 참고하시길.

2006년 6월 23일 금요일

체디 치앙마이와 애프터눈 티 (2/2)

체디에 있을 때는 위치가 좋은편이고, 치앙마이 시내가 걸어다닐만한 위치라서 첫 이틀동안 비교적 많이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걸어서 동네 구경하고, 차 마시고, 마사지 받고, 밥 먹고, 선데이 마켓 구경하고... 안하던 짓을 했더니(^^) 3일째에는 에너지 게이지에 빨간 불이 들어와서 하려던 일들은 다 미뤄두고(포시즌에서 쿠킹 스쿨을 하게 된 이유) 저녁 전까지 체디 안에서 보냈다. 좁고 긴 수영장에서 무슨 생각인지 짧은쪽으로 배영하다가 수영장 벽에 머리를 부딪혀서 혹이 난 일과 위에 언급한 2-1 상황을 몇 번 목격한 것 말고는 평화로운 오후였다.
그 평화로운 오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프터눈 티라는 것을 마셨다. :)
체디의 식당은 옛날 영국 영사관을 개조한 건물로, 들어가면 바로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나는 곳이다. 그 식당 건물 주변의 테이블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실 수 있다. 우리가 도착한 날과 그 다음날 오전까지 비가 왔고 그 이후에는 덥고 맑은 날씨였는데, 체디는 강가에 있으니까 적당히 바람 불고 그늘이 있고 해서 청명한 느낌이 드는 오후였다.




테이블이 이렇게 늘어서 있다.



다기가 뭔가 훌륭한 브랜드였던 것은 기억하나, 수영장 벽에 머리를 부딪힌 이후이므로 확실히 뭔지 기억할 수는 없다...라고 변명해 본다.
세팅은 이렇게 되어있다.




티팟에 뜨거운 물을 붓고, 삼단 트레이가 등장하기 전에 먼저 콜드 초콜렛을 주었다.(원래 이게 이름인지 정확한 이름이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액체상태이기 보다는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에 가까운 상태로 떠 먹는 것인데, 이것은 정말로 ‘너무나 맛있었다.’ 초콜렛 향이 풍부한 것은 물론 맛은 부드럽고 적당히 달콤하다. 이것만 돈 내고 따로 사먹으라고 해도 몇 번쯤 사먹었을 맛.



리틀윙님의 표정이 그 맛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라 믿는다.



초콜렛을 다 먹고 안타까운 입맛을 다시고 있을쯤에 드디어 본편인 트레이가 등장한다.
위에는 타르트류, 중간은 스콘, 아래는 샌드위치이다.






음, 그런데 말이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수록 맛이 별로더라. 그래서 샌드위치는 대부분 남기게 되었다. 위에 있는 타르트 중에서 레몬 크림이 들어있는 것은 약간 새콤하니 산뜻하고, 초콜렛을 씌운 것은 초콜렛스럽고 아주 맛있다(그것이 반이나 사라진 녀석에게 사진기를 한번 더 들이댄 이유). 중간의 스콘은 평범. 샌드위치는 실망이니... 이 애프터눈 티에서는 초콜렛을 재료로한 음식들만이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1인당 가격이 650++이고 2인이 되면 약간의 할인을 적용해주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찾아보니 다 해서 1424밧 나왔다. 600++정도가 되나보다.) 가격대 만족도로는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다. 하지만 우리 보고 또 먹을거냐고 물으면, ‘콜드 초콜렛만 확실히 준다고 하면 또 먹을것 같다’고 대답할 것이다. 애프터눈 티가 아니라 ‘오후의 초콜렛’에 맛을 들여버린 가련한 커플이여.

Tip 한가지: 체디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호텔이라 지도에 잘 나오지 않는다. 호텔에 혹시 지도 있는지 물어보면 체디가 나와있는 지도에 따로 호텔이 여기라고 표시해서 주는데, 그 지도가 다른 지도들 보다 시내 지도가 잘 되어있는 편이라 좋았다. 가시는 분들은 프론트에 물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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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2006/06/22  
조식, 베란다, 애프터눈티, 콜드 초콜렛..
...
....으앙 ;ㅁ;
보통은 멋지다 이쁘다 감탄하면서 보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상당히 강력하네요. -_ㅠ
저런 곳에 다녀오셨다니 너무너무 부러워요 -_ㅠ

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체디 치앙마이와 애프터눈 티 (1/2)

# 이어지는 마님의 지난 여행 - 치앙마이 이야기입니다.

체디는 좋은 숙소였고, 누군가가 치앙마이를 가는데 좀 여유가 있다면 추천해줄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치앙마이 자체로 따지면 비싼 호텔이나, 체디라는 이름에는 아직 가격이 착한 편이므로.
치앙마이 체디에 대해서는 아쿠아에 소개된 글이 꽤 있으니까 간략하게만 짚고 가자.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단순하지만 포인트가 있는 스타일 ? ‘분위기’ 있다.



2. 좋은 서비스 ? 친절함은 물론 미모도 보고 뽑는 것이 분명한 듯한 스탭들.
3. 좋은 위치 - 타패 게이트까지 걸어서 10-15분 정도. *주의: 길 건널때 조심할 것.
4. 맛있는 조식





5. 넓은 객실 베란다



‘굳이’ 단점을 들라면,
1. 심플이 장점이긴 한데 계속 보면 좀 질리긴 한다.
2. 풀이 크지 않다.
3. 화장실과 샤워실 문을 하나로 쓰는게 불편하다.^^;; 게다가 화장실과 샤워실 간의 유리 칸막이의 압박이...



정도 일까나.
아, 사실.. 2-1 사항이 있으니, 풀 주위에 멋진 연꽃 조경때문에 코를 풀거나 침을 뱉지 못하여 수영장에 직접 하는 난감한 경우를 보게 된다는 점...--;;;;;; 그걸 보고 있으니 다시 풀에 들어가기가 싫었다.(물론 물 빠지는 곳은 있으니까 다 빠져나갈 것임이 분명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