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2일 화요일

곰곰이 태어나던 날

[점점 자고 있을 때가 더 이뻐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한달이 조금 넘었군요. 곰곰이는 6월 17일에 태어났습니다. 원래 예정일인 6월 28일보다는 11일 정도 빠른 날이었습니다.
6월 16일 월요일. 퇴근길이었습니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회사에서 출발해서 지하철을 탈 때쯤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퇴근길에 전화로 마님과 그날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집으로 가는 것이 저희의 즐거움 중에 하나죠. 그날도 그러고 있었는데, 막 집 앞의 지하철 역에 도착한 순간 그러더군요. 양수가 터진 것 같다구요. 그렇게 지난 한달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서둘러 집에 들어갔더니 마님은 의외로 침착한 상태. 그 동안 같이, 그리고 마님 혼자, 그렇게 두번 들어두었던 출산 관련 강좌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양수가 터지면 병원으로 가되, 사실상 그렇게 급박한 것은 아니랍니다. 양수가 완전히 다 배출되고 나서 12시간 안에 아이가 나오면 된다던가… 그렇습니다. ^^; 저는 좀 가물가물 하는군요. 마님께서 일단 저녁 먹자더군요. 그래서 일단 저녁을 먹었습니다. 먹어야 힘을 쓰죠. 안그렇습니까? ^^ 그리고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이러이러한 상황이고 아마도 양수가 터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오고 간 뒤 병원으로 오라는 말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그동안 병원으로 갈 짐은 다 싸두었고, 그날이 월요일, 바로 지난 주말에는 집 청소도 한번 하고 이런 저런 준비는 좀 해둔 상태였습니다. 아직 10일이 넘게 남긴 했습니다만,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는 출산을 해도 조산은 아니다. 곧 나올 수도 있다”는 싸인을 주신 상태였으니까요.


[출산준비를 하며 - 마님께서 만드신 곰곰이 배냇저고리]

다행히 길은 막히지 않더군요. 병원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문진을 하고, 상태를 봐줍니다. 양수가 터진 게 맞다고 하는군요. 그리고는 바로 입원 수속을 합니다. 분만 대기실에 있다가 분만실로 가는 수가 있고, 가족분만실로 선택을 하면 분만 대기실로 갈 필요 없이 처음부터 가족분만실에서 있다가 그곳에서 그대로 아이를 낳습니다. 후자가 좋아 보이죠? 네, 그쪽이 더 비쌉니다. ^^
어차피 제가 분만실에 같이 들어갈 계획이었으니 (그러자고 출산 강좌도 같이 들었단 말입니다. 호흡법도 같이 배우고…) 가족분만실로 선택을 해서 입원 수속을 마치고 자리를 잡습니다. 이때가 어느새 11시가 되어가더군요. 그날 저녁… 참 시간 잘 갑디다. 평소에 주기적으로 진찰을 받으러 왔던 담당 선생님이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다. 양수 터진 거 맞고 이제 시작이라고 진찰을 한번 해주십니다. 네… 이제 시작입니다. 진통도 살살 오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크게 아프지도 않고 간격도 멉니다. 일단 선생님도 철수하십니다. 그렇게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진통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진통이라는 것이 심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쯤 첫 번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무통분만 주사를 맞을 것이냐 말 것이냐… 무통분만이라는 것이 사실 저는 예전에는 그냥 “안 아프게 아이를 낳는 신묘한 방법”인 줄로 알았습니다. 기실은 “통증을 마취시키는 주사 맞고 아이 낳기”더군요. 슬슬 제법 제대로 아파져 온다 싶은 시점에서 “이보다 훨씬 아파질 텐데 무통주사 맞으시려면 지금 신청하셔야 해요. 마취 효과가 돌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정말 아파지고 나서는 늦습니다…”라는 겁니다. 이거 정말 웬만한 TV 홈쇼핑의 유혹보다 강하고 “즉구 버튼”보다 유혹적입니다. 장단점이 있겠고, 우려되는 점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저희는 무통분만 주사를 맞았습니다. 나중에도 “현대의학의 힘을 신뢰하자”는 말을 하게도 되었고, “그때 무통 주사 맞아서 이러이러한 건가”하는 고민도 살짝 하였으니… 지금도 딱히 어느 편을 들기가 쉽지는 않네요. 알아서들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한가지 명심하실 점은 “무통 주사” 맞았다고 해서 정말 “무통”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차도 상당히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는 저희 마님은 장모님의 전례와 그러한 체질의 상속으로 인해 “상당히 쉽게 아이를 낳은”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무통 주사는 바로 주사기 들이대고 꾹 눌러서 맞는 것은 아니고, 무통 주사약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척수에 연결되는 주사관을 설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맞을 거면 상당히 일찍 얘기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설치가 끝나고 나면 그러고도 한동안 있다가 “때가 되면” 마취약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밤새도록… 가족분만실에 같이 있는 거죠. 사실 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없는 상황입니다. 10분 간격쯤으로 진통이 오구요. 진통이 오면 마님 손을 잡아주거나, 엄지와 검지 사이를 꾹꾹 눌러주거나 합니다. 출산 교실에서 배운 건데 거길 눌러주면 진통이 덜 아프다고 합니다. 얼마나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뭐 밑져야 본전이고 마음으로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나름 플라시보 효과도 있었으면 좋겠고, 뭐 그렇습니다. 열심히 눌러줍니다. 진통이 안 올 때는 두런두런 얘기도 하구요. 뭐 잠깐 졸 때도 있습니다. 저나 산모나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진통이 안 올 때 출산을 촉진하는 위치를 눌러주는 것도 배워서 해봅니다. 복숭아뼈 살짝 위의 어딥니다. 나중에 출산교실 가보세요 아마 가르쳐줄 겁니다. 놀면 뭐합니까… 열심히 눌러봅니다. 그렇게 그렇게 밤이 지나고 점점 새벽이 되어 갑니다.
점점 진통의 간격이 좁아져 옵니다. (무통 주사 맞았다고 안 아픈 거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간호사가 와서는 자궁이 열리는 정도를 재어보고 갑니다. 점점 때가 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게 됩니다. 주위가 부산해지나 싶더니 지난 밤 입원할 때 다녀가셨던 담당 선생님이 다시 출근(?)하십니다. 이제 정말 때가 되었나 봅니다. 밤새 저와 마님 둘이서 있었던 가족분만실이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저보고 잠시 나가있으라고 하더군요. 제가 복도로 나가있는 사이에 수술도구 같은 것들이 놓인 테이블이 들어오고, 가족분만실이 입원실 분위기에서 분만실 분위기로 변신을 합니다. 준비가 되자, 저도 수술 가운 같은 것을 갖춰 입게 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힘 주는 연습”에 들어갑니다. 대개 TV의 사극이나 연속극 같은 것에 나오는 출산 장면에서 으악~~하고 괴성을 지르며 눈에 핏발을 세우는 그 장면입니다만, 사실 그렇게 핏발 세우고 온몸에 힘주면 산모 몸 상합니다. 요는 상체에 힘을 빼고 아이 낳는데 필요한 부위로만 힘을 넣는 것이 중요하고, 그 연습을 이때 하게 됩니다. 힘 주는 연습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를 점점 자궁 아래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간호사와 함께 이 “힘 주는 연습”을 한동안 하고 있다가 위에서 말한 가족분만실의 변신이 있게 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분만대기실과 분만실의 이동은 이때 이루어지는 걸까 싶네요.
아이를 낳을 모든 준비가 마쳐지고, 다시 “힘주는 연습”을 담당 선생님과 함께 해봅니다. 두어 번? 서너 번? 진통 리듬에 맞춰서 힘주는 연습을 하더니 뜬금없이 담당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번에 애가 나옵니다.” 저도 그랬고, 마님도 사실 안 믿겨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로 그 말 지나고 나서 진통이 왔을 때 똑같이 힘을 주니까 아이가 덜렁 나옵디다. 세상에나… 이것이 순산이라고 하는 건가 봅니다.
아이가 나오자 우선 탯줄을 끊고 물에 한번 씻은 다음 엄마에게 보여줍니다. “엄마, 아이에게 한마디 해주세요”라고 하더군요. 마님은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라고 하셨다고… 저는 사실 그때 경황이 없어서 말입니다. ^^; 그랬다니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흔히 얘기하는 아이 탯줄 자르기는 처음에 제가 한 것은 아니고 (의사 선생님이 하십니다) 한번 자른 탯줄이 아이 배꼽에 조금 삐죽이 나와 있는 것을 한번 다듬어 주는 일을 시키더군요. 사실 감사했습니다. 탯줄이건 뭐건 가위로 신체 일부를 자르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포대기에 싸서 신생아실로 데려갑니다. 그 틈에 얼른 핸드폰의 카메라로 한컷 찍었습니다. 2008년 6월 17일 6시 21분. 그렇게 곰곰이가 태어났습니다.



PS. 곰곰이 출산 2주년 기념일을 맞아 잘못된 의학상식을 바로잡습니다. 양수는 터지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고 합니다. 감염 우려 때문에 그렇다네요. 위에 적어놨던 잘못된 상식은 잊어주시길... (2010/06/17)
------------------------------------------------------------------------------------

 김백진  2008/07/24  
아이고 너무 이뻐요~~~~~ 모두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이화정  2008/07/26  
원 세상에... 눈물이 살짝 배어나도록 이전부터 느껴온 너무도 스러운 곰곰이아범 출산일지... 감동입니다!!!^^= 왕축하구요!!!!! 


 하태욱  2008/07/27  
10년전에 적어두었던 저희 아이 출산기가 가물가물 기억납니다. 곰곰이가 영과 육 모두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아울러 형님과 형수님께 축하인사! 

2008년 7월 15일 화요일

곰곰이



곰곰이입니다. 귀여운 아명답게 제법 귀엽군요 움화화~

------------------------------------------------------------------------

이광우

김태형차장님~
얼굴형이 많이 닯았습니다~
눈이 저보다 큰듯하네요..ㅋ
축하드려요~
예쁘고 키우세요~ ^^ [2008/07/15] x


설인
소식듣고 찾아왔습니다요.
눈이 저보다 큰듯하네요 ..too.
이광우 과장님 마지막 line 오타예요
예쁘게 키우세요 too [2008/07/15] x


쇼니맘
요 아이군요. 곧 이 집의 제왕 자리를 넘볼. ㅋㅋ(저흰 이미 넘긴지 오래 되었습죠.)
시간이 지날 수록, 감자싹 같은 머리가 위로 잘 자라 더욱 남자아이같이 되겠죠?
백일 전 아이의 저 발긋발긋한 피부를 보니, 너무나 귀엽네요. [2008/07/15] x


때지
넘 이뿌다..........
청출어람..??? ^^ [2008/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