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21일 목요일

벌써 목요일이네요

디크레센도, 디미누엔도, 알레그로, 알레그레토, 어 탬포...


기억들 하시나요? 옛날 음악시간에 배웠던 말들인데...



최근의 경향은 "점점 빠르게"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합주를 할때, 밴드가 자주 저지르던 실수이곤 했죠. 그때도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면 꼭 "점점 빠르게"가 되는거냐...라고



남의 떡은 커보이고, 시간은 늘 더 빠르게 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게 느낀다면, "실제로" 그러한지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커보이는 남의 떡은 부럽고, 시간은 늘 모자라기만 하겠죠.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게 우리의 "느낌"에 기초한다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한 호흡 고르고... 느낌을 가다듬어 보면... 사실 또 템포 조절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속주는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지만, 제 템포를 지키는 연주가 더 훌륭하죠 (더 어렵지만 ^^)



이렇게 게시판에 한자 남기면서 저도 한 템포 죽여보는 중입니다. ^^;

2002년 11월 18일 월요일

그리스 - 산토리니

아테네에서 1박2일을 그렇게 보내고 서둘러 향한 곳은 그리스 앞바다(?)의 산토리니 섬이었습니다. 그리스에는 아테네와 같은 유적지가 물론 유명하긴 하지만, 에게 해의 섬들도 관광지로 많이 알려져있는 편입니다. 사실 저도 그리스에까지 굳이 날아간 이유는 파르테논 신전 보다는 에게 해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네 물론 멋졌습니다.




중부유럽에서 그리스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고 이전에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리스 반도에서 섬들로 가는 길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그 "험난한 길"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생기겠습니다만, 이번에도 역시 들어갈 때에는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여행 시작부터 벌써 네 번째 비행입니다. 서울에서 오사카, 오사카에서 런던, 런던에서 아테네, 그리고 아테네에서 산토리니의 차롑니다. 아참, 런던에서 아테네까지의 비행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를 안했군요.



유럽 내에서는 "EasyJet"이라는 항공편이 제법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서비스로 군살을 줄여서 싸게 모시는 비행기입니다. ^^ 정말로 기내 서비스는 아주 단순화 되어있습니다. 커피 한잔을 마시려고 해도 "사서" 마셔야하고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들 도시락을 싸서 탄다고 합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스튜어디스가 한명, 스튜어드가 한명 정도로 서비스 인원도 최소한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 그만큼 가격을 내린거죠. 항공계의 "창고형 할인점"이라고 할까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선에는 이런 개념으로 운항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도 부산 영화제, 전주 영화제 보러갈 때는 비행기도 한번씩 타보고 그럴텐데요. 가격만 조금 싸면 그만큼 시간을 많이 절약해주니까요.



아테네에서 산토리니 섬까지의 비행은 "에게리안 항공"이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리스에는 "올림픽 항공"이 우리나라의 KAL과 같은 역할인 모양이고, 에게리안 항공은 아시아나쯤 되나봅니다. (저도 지레짐작한 것이니 너무 신용하진 마시고) 올림픽이라는 단어가 너무 친숙한 바람에 처음엔 좀 촌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그리스-아테네면 그런 이름을 씀직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게리안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올림픽 항공이 촌스러워서는 아니고 그저 좌석이 그쪽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 들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스튜어디스가 나이 지긋하고 실용적(?)인데 비해서 후진국일수록 스튜어디스의 미모가 빛난다는 얘기 말입니다. 그리스는 유럽에서는 못사는 나라에 속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스튜어디스 언니는 이번 여행에서 본 아가씨들 중에 최강의 미모를 자랑하더군요. ^^;



앞서의 사진들에서 산토리니 섬의 특징을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섬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특징인 곳이랍니다. 몇백년전에 섬 중심부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그 부위가 함몰이 된 바람에 섬의 모양도 초생달 모양으로 변하고 그 초생달의 안쪽면은 절벽이 되었지요. 한가운데 섬의 중심부였던 곳은 초생달 가운데 부분에 다시 또 독립된 섬으로 남았구요. 그 절벽의 경사면에 호텔이나 레스토랑들이 자리하면서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에게 해를 바라보기 좋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앞서서 그리스가 못사는 축에 속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그리스의 많은 청년들의 희망사항은 돈을 좀 모아서 에게해 어느 섬의 해안가, 절벽면에 까페를 차려놓고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치 판단은 어떻게도 할 수 있긴 하겠습니다만, 네... 좋긴 할 것 같습니다. 날씨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유유자적이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생활이겠군요.



절벽면의 위쪽에 번화가(?)가 형성이 되어있고 해변까지 지그재그로 길이 나있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케이블카도 있구요. 화산 폭발로 생겨난 절벽에 길을 낸 것이니만큼 경사가 아주 심합니다. 길이라기보다는 거의 계단에 가깝구요. 그리고 그 길을 오르내리는 좀더 토속적인 서비스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당나귀지요.



재미삼아(?) 올라오는 길에 타보았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살아있는 탈 것"을 타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게되었습니다. 제가 유독 그렇게 느낀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경사가 급한 길이 제법 짧지 않게 한참인데다가 사람까지 태우니까 당나귀가 정말 많이 힘들어합니다. 이곳에 털어는 놓습니다만, 정말 이런 언급을 하느라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기조차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나귀... 어쩌면 여기에서 이러한 일이 아니라면 키워지지도 않을지도 모릅니다. 서울 시내에 당나귀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러한 험한 일을 함으로써 그 당나귀 주인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당나귀들이 먹을 것을 얻기도 하겠죠. 정말 이곳에 관광객이 줄어들어서 찾지 않거나 아무도 그 당나귀들을 찾지 않게된다면 그 당나귀들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해들어가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살아있는 것"은 올라타지 않으렵니다. (몸무게가 반으로 줄면 한번 다시 생각해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다음 글에서는 산토리니 섬에서 제가 묵었던 곳을 중심으로 좀더 얘기를 늘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맛뵈기구요. 제가 묵었던 호텔입니다. 비행기 갈아타고 호텔에서 묵고... 제 호화판 여행 버전은 딱 이곳까지랍니다. 그리스를 떠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배낭여행이 시작되지요. 아직은 조금 더 호화 버전의 여행 얘기를 기대해주세요. ^^



(하지만 이 이후로의 해당 여행 이야기는 더이상 쓰지 않았었군요...)

2002년 11월 4일 월요일

그리스 - 아테네

영국에서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그리스였습니다. 대개는 영국에서 프랑스로 나오지요. 저의 첫 번째 여행때도 그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바로 그리스로 간 것이 바로 전에 언급했던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일이었습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제외한 배낭여행 스케줄이란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여행의 동선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죠. 그 중심에는 유레일 패스가 있구요. 물론 그 나라들에도 멋진 곳이 많습니다만, 지도에서 한쪽 끝으로 치우쳐져 있는 곳들 - 동유럽, 북구, 그리스와 스페인 들도 또한 빼놓기 아쉬운 매력적인 곳입니다. 다만 동선을 짜기가 어렵고, 중간에 긴 선박여행이 놓여있거나 그렇지요. 저번 여행에서는 그중에 그나마 가기 쉬운 동유럽과 북구쪽을 방문했었고 - 언제 그쪽의 얘기도 따로 하죠 - 이번에는 그리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스를 강력하게 추천한 사람도 역시 예의 그 런던 후배였죠 ^^ 다만 문제는 그리스에 들어가려면 이탈리아 남부에서 꼬박 하루반을 기차와 배로 여행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왕복이면 삼일, 아니 4일 정도를 기차안 또는 배안에서 보내게되는데 이게 쉽지 않은 선택이 됩니다. 대개의 배낭여행객들이 그렇게 시간이 많은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영국에서 바로 그리스로 가는 일정이 선택되게 됩니다. 해결책은 "비행기 - Money"인거죠 --;




영국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쪽으로 나와서, 아마도 이러저러한 나라들을 거쳐서 이탈리아,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을 해서 다시 배를 타고 그리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영국에서 두시간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니 바로 그리스, 아테네더군요. 네,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돈은 좀 벌어둘 가치가 있습니다.



아테네는 참 묘한 도시입니다. 서울의 강북과 같은 구불구불한 골목이 있고, 큰 빌딩과 아파트 들이 있으며 동시에 정말 신화와 역사에 나오던 건물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건물터"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덕분에 뻔한 것 같은 골목들을 참 많이도 헤맸습니다. 서울 어디서나 남산이 보이듯이 높은 언덕 위의 아크로폴리스가 보입니다만, 길을 찾는데는 별로 도움이 안되더군요 ^^



그리스에 도착하기전, 런던에서 이미 짐작한 대로 아테네의 유적들은 많이 손상되어있습니다. 워낙 오래되었기도 합니다만, 이곳에 있어야함직한 많은 것들을 저는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 보고 왔기 때문입니다. 기둥뿌리를 뽑아간다는 말이 있던가요. 표현이 아니라, 글자그대로 그 사람들은 이곳의 "기둥뿌리"를 뽑아다가 런던에 가져다놓고 있습니다. 기둥의 모양에 따라 코린트 양식이니 뭐니 하던 용어들을 배우던 기억이 나십니까? 우리가 그런 것을 사진으로, 그림으로 배울 때 영국 사람들은 그 기둥들을 뽑아다 놓고 아이들을 가르친 모양입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사진의 날자에도 보이듯이 3월중순입니다. 사실 관광철에 이르죠. 그래서 그리스 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여름의 "시즌"을 맞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것이겠죠. 많은 철제 보형물과 지지대 같은 것들. 제가 아테네에 도착한 것은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고, 숙소를 잡고 그러다보니 곧 어두워지더군요. 아테네에서 밤이 되면 높은 언덕위에서 아테네 전체를 굽어보는 바로 이 아크로폴리스는 희고 노란 불빛으로 아름답게 빛을 내뿜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 올라가서 본 모습은 이런 철제 보형물에 의지한, 대영박물관에서의 풍경을 대조적으로 떠올리게하는, 어쩌면 을씨년스럽기도 한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조금은 쓸쓸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테네의 유적지들은 정말 "신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뒷편의 모습들은 희고 노란 불빛으로 야하게 화장을 하고 손님을 끄는, 그리고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 몸을 지탱하기가 힘들어보이는 안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화려했던 꿈의 잔해들 그리고 그 남은 조각들을 팔아서 사는 사람들. 그 오래전에 영국 사람들은 그리스에 와서 신전의 기둥을 뽑아갔습니다만, 저는 런던의 뮤지컬 극장에서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의 꿈을 보고 왔습니다. 아테네는 지나간 시간을 되씹는 것 외에 어떤 꿈을 새로 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걸 알기에 제 방문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겠죠.



다소 씁쓸한 맛이 많이 남았습니다만, 아테네는 역시나 묘한 곳입니다. 오래된 구불구불한 골목을 벗어나면 느닷없이 8차선 도로가 나오고, 공원인가 싶으면 동화책에서 보던 이름의 신전이고, 이 모든 것들을 수천년을 두고 굽어보고 있는 아크로폴리스가 있습니다. 오전 나절에 산책하듯이,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그만하면 되었다고 하며 서둘러 아테네를 떠났습니다. 뒤에 나이가 좀더 많이 들어서 가보면 분명히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직은, 바다가 좀더 보고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