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8일 금요일

몰디브



빌라 안에서 앞마당/앞바다를 바라보는 뷰...

2008년 2월 2일 토요일

옛날식 양식집 - 로즈 레스토랑

오래전부터 한번 쓰려고 하던 저희 동네의 숨겨진 맛집 이야기입니다.
우선, 아주 오래전부터 이 동네에는 "장미의 숲"이라고 하는 고색창연한 이름의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89년부터 이 동네에 살았고, 그때도 있었던 것 같으니까 꽤 오래된 집이죠. 사실 그 당시에는 가볼 생각이 없던 곳이지만 말입니다.
그 레스토랑이 "의외로"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웹에서 본 적이 있고, 그 후로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해본 것도 꽤 오래된 일이었지요. 그러다가 결국 그 레스토랑에 가봤던 것은 겨우 몇해전에서야 였던 것 같네요.
1층에 입구가 있었습니다만, 1층에는 그야말로 입구만 덜렁 있었구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피자를 굽는 큰 화덕을 지나쳐서 바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1층에도 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옆 가게로 자리를 내주고 지하 층만 차지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지하로 내려가면 은근히 지하층은 넓었습니다. "개미굴"이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말이 어울렸지요.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장미의 숲"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과거형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레스토랑이지요. 작년 여름쯤이었나, 그 "장미의 숲"이 있던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없어지게 되었지요. 사실 최근의 몇해 동안에는 부쩍 그 곳을 자주 방문하기도 했고, 집근처로 손님이 왔을때 일부러 안내하기도 했던 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있던 만큼 고풍스럽긴 했지만 음식 맛이 꽤 좋았거든요.
그렇게 "장미의 숲"을 아쉬워하고, 재건축이 끝나면 돌아올까 안돌아올까를 궁금해하던 차에 어느날 그 근처에 "Rose"라고 하는 심상치 않아보이는 레스토랑이 등장했습니다. '저것이 혹시 그것일까?' 어느날 방문해서 음식을 먹어보고 로즈의 지배인쯤 되보이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그 "장미의 숲"과 관계가 있는게 맞다고 합니다. 다만, "장미의 숲"의 주인은 그만두었고, 주방장과 직원들이 힘을 모아서 지금의 "로즈"라는 레스토랑을 옆에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새로 생긴 로즈는 예전의 장미의 숲과 상당히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합니다. 새로 생긴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며 메뉴며 다 최소한 십년에서 이십년 이전의 분위기인것까지 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bar 자리가 있습니다.



이어서 로즈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테이블을 보시겠습니다.^^




직접 보시니 로즈의 분위기가 조금 짐작이 가시죠? 메뉴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피자 정도입니다. 원래 "장미의 숲"에 있던 피자 굽는 화덕은 장소 관계상 마련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저번에 갔을때 시켜 먹어 보았습니다만 이제 화덕의 피자는 아니어도 꽤 괜찮습니다. 원래도 맛있는 이태리식 피자(기름지지 않은)였구요.
오늘은 햄버그 스테이크와 등심 스테이크를 시켜봅니다. 점심 메뉴로 햄버그 스테이크를 한다고 밖에 써있던데다가, 요즘 임신 중기에 들어서신 마님께서 "고기"가 먹고 싶으시답니다 ^^ 자 이제 그럼 음식은 어떤 식인지 슬슬 보실까요?
우선 빵을 줍니다. 옛날의 "경양식집"이라면 빵을 드릴까요 밥으로 드릴까요 부터 묻겠습니다만, 이집은 "경"양식보다는 살짝 무겁습니다. 그런고로 냅다 빵을 줍니다.



다음은 스프 차례인데요. 오늘은 토마토 슾과 호박크림 슾 중에 선택하라고 하시더군요. 마나님과 한가지씩 나란히 골라보았습니다. 숲을 뜨겁게 내와서 우선 좋았구요. 제가 선택한 쪽은 호박크림 슾이었는데 지나치게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좋았구요. 토마토 슾은 약간 새콤하면서 입맛을 돋구기에 딱 좋더군요.




이번엔 샐러드입니다. 기본적으로 싱싱한 야채들을(사실 대단한 야채들은 아닙니다만 기본에 충실한) 차게 해서 내오구요. 아래 보이는 세가지의 드레싱을 가져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토마토 드레싱이었고, 나머지는 오일&비네거, 그리고 요구르트+과일 드레싱입니다. 드레싱도 직접 만드는 것들인데 간이 세지 않고 제법 상큼합니다. 이집 음식들의 전반적인 특징인데 간이 너무 세지 않다는 점이 제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메인 메뉴가 나오네요. 햄버그 스테이크와 등심 스테이크입니다. 햄버그 스테이크는 만오천원 호주산 등심 스테이크는 2만2천원입니다. 등심이나 안심 스테이크는 고기 종류가 더 좋고 더 비싼 메뉴로 몇가지 더 있습니다만 오늘은 좀 싼쪽으로 ^^;;;




굉장히 넓은 접시 위에 메인 메뉴와 함께 (피자치즈를 살짝 얹은) 감자, 브로컬리, 당근, 새송이 버섯 등이 함께 나옵니다. 위의 사진 중에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이 피클과 할라피뇨 고추도 줍니다. 특히 이 집의 오이 피클은 너무 시지 않고 사각사각하는 씹는 느낌이 잘 살아있는 정도라서 맛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후식은 커피, 녹차 등등... 커피 한잔 청해 먹었네요.



자... 어때 보이시나요? 옛날 스타일의 양식 레스토랑... 갓 생긴 집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구닥다리(?)인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자랑합니다만, 은근히 음식은 제대로이고 맛도 상당히 좋습니다. 양도 꽤 잘주는 편이구요. 예전 "장미의 숲" 시절에는 이것저것 다른 메뉴들도 많이 먹어봤는데 얇은 도우의 이태리식 피자와 파스타류도 꽤 잘합니다. 스테이크도 괜찮구요.
색다른 경험이라거나 옛날 추억을 떠올리고 싶으신 분 한번쯤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찾아오실 분들을 위해서 주소와 전화번호(얻어온 명함에 써있는 그대로) 입구 사진입니다.



로즈 레스토랑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756-7 유성당 빌딩 1층
(구) 장미의 숲 뒤, 삼호 APT 10동 앞 한샘인테리어 옆
02-535-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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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짱구  2008/02/11  
악 배고픈데 봤더니 죽음이돠 


 쇼니맘  2008/04/07  
역시 방배동 주민이라면 모두 아는 장미의 숲.
중고등학교 때 아파트 너머로 보이는 큰 장미가 너무 야하다고 느껴졌던. 그집. 저도 20대에 다녀보았죠.
그 어두운 조명에 학생이 먹기에 그닥 싸지 않은 가격때문에.. 넥타이맨 직장인들이 그 때에도.. 제법 찾던.
그 야시시한 분위기가 내부엔 아직 남아있는 듯 한데.. 밖이.. 밖이... 이건 너무 성인카페같네. ㅠㅠ.
그래도, 정말 한번 가보고 싶네요. 유후~ 


 onemaniac  2009/04/08  
제가 어릴적에 엄마아빠 손을잡고 장미의 숲을 자주 가던 추억이 떠올라서 검색을 해봤는데 그때의 장미의 숲은 사라져 버렸군요... 제가 그집만 가면 피자를 너무 잘먹어서 제것만 따로 한판을 시킬 정도였다는 얘기를 어머니가 하시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본것은 벌써 약 14~5년전이네요. 하얀바탕에 엄청나게 길다란 장미가 그려진 회전식 주차장이 늘 신기했었고 그곳에 차를 맡기고 나오시는 아버지를 따라서 늘 들어가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한번은 생일날에 간적이 있는데 빨간 바탕에 하얀색 실루엣으로 그려진 장미꽃이 그려진 커버를 씌운 베토벤 위인전을 받아온것이 아직도 책장에 있네요 ㅎㅎ 참 아쉬워요... 추억이 묻어난 장소가 사라졌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