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7일 화요일

2006 랑카위/싱가폴 (3/3) - Four Seasons

저의 치앙마이 리뷰를 보신 분이라면 저와 삼돌군의 ‘사계장 짝사랑’이 중증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겁니다.^^; 게다가 랑카위라는 지명을 처음 듣게 된 것도 거기에 포시즌스가 오픈할 때였으니...(오픈시에는 지금보다는 저렴했고, 기억이 맞다면 upper melaleuca pavillion과 lower melaleuca pavillion의 가격차가 없었음) 랑카위에 가면서 포시즌스에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역시 워낙 비싼 호텔이라 도저히 묵을 수는 없어서 랑카위에 머물고 있는 동안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방이나 구경시켜 달라고 하자!’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며칠 간 오던 비가 전 날 그치고 점점 날씨가 맑아지더니 인스펙션을 가는 날은 화창하고 맑았답니다. 택시를 타고 마음도 가볍게 길을 나섰습니다. 전날 본톤에 부탁해서 포시즌스의 메인 레스토랑인 Serai에 예약을 했지요. 판타이 체낭에서 멀지 않나 했는데 의외로 30분 조금 넘는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입구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의 모습을 따온거라고 하네요. 이곳이 아니더라도 리조트 군데군데에서 무슬림 스타일의 건축이나 장식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입구는 웅장한 느낌은 아니지만 문자 그대로 이국적이고 특이했습니다.





사진은 없습니다만 프론트 데스크가 하나의 건물에 있는데 작고 어둡고 아담합니다. 직원에게 식사 예약을 하고 왔는데 식사 후에 객실을 구경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빈 방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식사를 하고 오면 버기를 불러서 가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안내를 받아서 Serai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메인 레스토랑은 큼직큼직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건물인데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없고 식사를 위한 정돈과 준비중이더군요. 그 앞의 테라스쪽에 나와서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앉은 커플이 보여서 저희도 그쪽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날이 좀 덥긴 하지만 그늘에서는 바닷가라 바람도 불고 해서 시원했었네요. 판타이 체낭의 바다가 쓰레기도 좀 있고 물빛도 영 꾸질꾸질한 반면에 탄중루쪽은 색깔이 연한 청록색으로 아름답더군요. 우기만 아니면 물빛이 더 아름답다고 하니 바다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저희가 간 날에는 파도도 거의 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전에 랑카위사랑님이 사계장쪽에서 시멘트 공장이 보인다고 하셔서 찾아봤는데, 식당에서 우측으로 돌아 좀 걸어가니 멀리에 아련~하게 보이더군요. 물론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뷰를 심각하게 망치는 정도는 아니니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잘 안보이시겠지만 요 바로 윗사진 중간쯤에 시멘트 공장이 보입니다.)

배가 고프니 일단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참치가 들어간 샐러드 하나와, 스테이크, 그리고 파스타를 하나씩 먹었습니다. 빵이 먼저 제공되는데 참 맛있더라구요. 스테이크는 특별히 기억나는 맛은 아니었구요. 파스타는 푸슬리에 약간 녹색인 소스로 만든거였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었구요.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는 남은 빵에 소스를 찍어 먹었답니다. 맛에 비해서 양은 좀 적은편이라 아쉬웠어요..T-T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위장을 위로하는 뜻에서 디저트로 망고 셔벳과 티라미수 케익을 한조각 먹어주었습니다.^^ 티라미수는 우리나라 괜찮은 베이커리에서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지만 셔벳은 원츄!였습죠. 제가 원래 과일 망고는 좋지만 망고**들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저 셔벳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 먹고 싶어지네요. 물은 무료로 제공됩니다.(고급 식당에서 물인심이 박하면 싫어요..>_<)




배 부르게 맛난 걸 먹고, 해변을 잠깐 걸었습니다. 햇볕이 어찌나 강렬한지 조심하지 않으면 빨갛게 익기 십상일듯하니 가실 분들은 꼭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해변은 하얗고, 바다는 옥색이고, 하늘은 푸르니 (에... 그리고 배 부르니) 세상 참 아름다웠습니다.



식당 왼쪽으로 돌아가면 아라비아풍으로 꾸민 바가 있습니다. 스텝들의 복장도 그런풍이에요. 바다쪽으로 그네가 있답니다.



그 옆쪽으로는 비치 빌라가 두 채정도 있는데...(반대편으로 올라가면 그쪽에도 또 빌라가 있습니다) 거기 묵는 사람들이 정녕 부러웠습니다.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예뻐서요. 나중에 객실 보고 나서는 더 부러워졌습니다만..흑흑.




좀 더 가니 치앙마이처럼 adult-only인 수영장이 있네요. 크기가 별로 크지 않지만 커플들만을 위한 공간이라 별로 상관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치앙마이에서는 좀 큰 자꾸지 수준이라도 잘 놀았는데요 뭘..^^





다시 프론트로 가서 방 구경할 수 있는지 다시 알아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희는 휙하니 객실 구경하러 갈 줄 알았습니다. 프론트의 꽃청년은 로비에 가서 기다리면 방 확인해보고 버기를 불러주겠다고 했습니다.
로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실, 정확히 여기가 로비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프론트 앞쪽에는 앉는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마 이곳을 로비처럼 쓰지 않는가라는 생각입니다. 랑카위 포시즌스에서 눈에 띄는 점 중에 하나는 물을 이용한 장식이 많다는 건데요, 로비의 조경도 그런게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의자도 몇 개 없구요. 굉장히 정적이면서 차분해지는 공간이예요. 아늑하기도 하고, 앉아있다보면 첨벙첨벙 물에 뛰어들어서 저 편의 정자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요.




버기가 왔답니다. 담당 직원이 인사를 하면서 저희 두 사람에게 차가운 물 한병씩을 안겨주더니 생각도 않았던 리조트 인스펙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들린 곳은 스파입니다. 여기도 역시 물을 많이 이용한 인테리어를 했네요. 스파에 들어가는 대기실입니다.



물 위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줄 것 같네요.




요가 강습을 받는 장소입니다.



스파를 둘러보고 객실을 보러 갔습니다. lower melaleuca pavillion이에요. 가장 낮은 급의 객실이지만 사계장답게 충분히 고급스럽습니다. 사실 가격을 보면 웬간한 호텔 스윗급이 되지 않을런지..^^ 보통 여행보다 좀 더 투자하는 신혼여행 숙소로 적합해보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렇게 생긴 건물의 1층입니다.



입구에 선베드가 놓여 있습니다.



뽀송뽀송하고 푹신해보이는 침대.



문으로 구분되어있는 화장실. 뒤의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야외 욕조가 있습니다.



안쪽에서 바깥을 본 모습.



욕실입니다. 지면 높이에서 아래로 꺼진 구조의 돌 욕조네요.




다음은 수영장입니다. 수영장은 발리처럼 인피니티 풀이 아닐까 했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수영장은 큰 편은 아닌데다가, 작은 구획으로 나눠져 있어서 실제로 수영을 하기보다는 연인들끼리 물장난치기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자꾸지처럼 물이 분사되서 나오는 곳도 보이구요.







수영장이 작은 것이 좀 아쉬울 수 있지만 다른 부분들은 근사한 리조트였습니다. 인스펙션 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버기를 타고 가건, 걸어가건 만나는 모든 리조트 직원들이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시즌스를 좋아했던 이유가 정중하면서도 친근하기도 한 서비스였다는 걸 생각해 보면 놀랍지 않습니다.(그래요. 그 정도는 할 줄 알았다구요!! ^^) 한 30분 이상을 전담 직원이 붙어서 리조트 투어를 시켜준다는 것도 대단하더군요. 사실 투숙객도 아닌 사람을 위해 인력과 시간을 그만큼 투자한다는 것은 보통일은 아니지요. 서비스가 정말(!) 남다른 리조트입니다. 그 서비스와 멋진 객실에 탄력 받아서 삼돌군의 친한 후배를 랑카위로 신혼여행 보내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사실은 제가 다시 결혼해서 신혼 여행을 가고 싶었다는게 솔직한 소감입니다. 삼돌군에게 “우리 다시 결혼하면 안될까? 랑카위 포시즌으로 신혼여행 오는 걸로 하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즐거운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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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2006/11/15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아아 이곳이 갈 곳이구나 @_@'
하는 모드로 감상하다 회사 동료 불러서 자랑도 하고 그랬어요.
언제나 마님 후기 읽으면서 '좋겠다 부럽다 멋있다 T-T' 였는데
처음으로 설레이네요. 다녀와서 저도 후기 남길께요. ^^
ps. 신혼여행으로 거금의 돈을 쾌척하도록 평상시 아낌없는 뽐뿌질을 해주신
마님과 리를오라버니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_-; 
 

 마님  2006/11/15  
^^ 뽐뿌질은 맞게 한것 같은데, 정말 부러워요.. 후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김백진  2006/11/29  
아흑... 저도 설레이는데요. 덩달아... 결혼 10주년이 되면 한번 가볼까 싶어요.

2006 랑카위/싱가폴 (2/3) - Bon Ton resort

* Something Special - Bon Ton resort

이번 여행 중에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리조트였습니다. 랑카위 숙소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TripAdvisor 사이트의 평을 보고, 홈페이지를 방문 했을 때, 정말로 바로 필이 와서 정한 숙소였어요. (‘마님이 필을 받으면 삼돌이는 함께 간다’가 저희 집 숙소 정할 때의 모토입니다. 아직 삼돌군이 이견을 낸 적이 없는 것이 마님의 독재적 권력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좋아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평은 좋았지만 특이한 숙소이므로 저희가 만족할 수 있을지, 좋은 느낌을 받을지 알 수 없었죠.
특이한 숙소라고 하는 이유는, 이 리조트의 모든 숙소는 독채인데 각각이 다 오래된 말레이 가옥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사들여서 해체한 후 다시 리조트로 가져와서 재조립했다고 들었습니다. 가 보기 전에는 어느정도의 편의시설이 있는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사진에서 집들이 예쁘긴 했지만 말이죠. 저희가 묵었던 라구나와 그 옆의 팜 두개의 집은 거의 비슷한 구조입니다만 나머지들은 제각각으로 생겼어요. 야외 욕조인 곳도 있고, 마루가 공간에 따라 높이 차이가 나는 단으로 된 곳도 있고... 아참! 라구나가 lagoon쪽을 보고 있어서 팜보다 뷰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팜에 들어가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팜쪽에는 별게 없긴 하거든요.)
 


까사 델 마를 떠나서 본톤에 들어올 때 트랜스퍼를 해 준 까사 델 마의 직원분이 말하기를 말레이 전통 가옥은 야생 동물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는군요. 저는 처음 봤을 때 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 1-1.5미터 정도 높이에 집이 위치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두 계단을 올라가게 되지요.
숙박계를 쓰면서 매니저인 Penny와 대화를 합니다. 호주 사람인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친구가 한국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국이 ‘wonderful’하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친구에게 이메일 보낼 때 쓰게 한국말로 인사를 적어달라고 하는 유쾌하고 씩씩한 아가씨입니다. 리셉션이나 컨시어지는 없지만 페니에게 질문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대강’ 다 해결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가격 같은건 아주 정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식사나 마사지 예약도 해 주고 택시도 불러줍니다.
 


아참, 웰컴 드링크 맛있었어요. 메뉴에서 원하는 음료를 고르면 만들어주길래 저는 뜨거운 차를 한잔 마셨고 남편은 파인애플 주스와 뭔가 차를 섞어서 주는 차가운 음료를 마셨는데(파인애플 민트 티라고 하네요.) 맛있더라구요.
 


페니를 만나고 나면 리조트의 진짜 접대 담당자들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고양이들이지요.^^
Bon Ton의 주인이 동물 보호소를 같이 갖고 있는 지라 고양이들이 리조트안에 많이 있어요. 붙임성들도 좋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많답니다. 고양이 싫어하시는 분이나 털 알레르기같은게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Cats are everywhere!거든요. 심지어 저희가 숙소 문을 열고 처음으로 들어갔을때도 두 마리의 고양이가 침대 위와 의자 위에서 “어서와.”라고 맞아줬으니까 말이죠. 저희가 긴 의자에 앉아서 그 위를 탁탁 치면서 이리 오라는 몸짓을 하니 그리로 올라와서 반갑다면서 몸을 비빕니다. 너무 예뻐요. 저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개는 좋아하고, 고양이에게도 호의적인 마음이라 고양이님들이 저희를 반갑게 맞아준 것이 참 좋았습니다. 2년전 코사무이 여행때도 귀여운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있던 엄마 고양이가 저희를 잘 따라서 새끼 고양이들의 재롱을 보며 무척 기뻤었던 기억이 있는데(사진첩에 올려져 있죠..^^) 이번에는 새끼 고양이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Bon Ton은 고양이 천국이라 선베드에도 사람 없으면 고양이가 있고, 수영장 근처에도 어슬렁 거리고, 의자 방석 위, 레스토랑 쪽... 네. 어디에나 있습니다. 숙소에도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한 두 마리씩은 들어와서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았죠. 개도 한마리 있는데 그 녀석은 저를 무시했습니다! 인사했더니 귀찮은 얼굴로 딴데 쳐다보더군요!! 흥~ 그래서 고양이들하고만 놀았습니다.

 

숙소의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면, 한 1미터 좀 넘는 크기의 작은 문에 커다랗고 촌스러운 자물쇠가 달려있습니다. 그걸 열고 들어가면 짠~. 오래 된 나무 냄새가 나는 집 입니다. 창문도 모두 나무구요, 욕조도 나무고, 세면기랑 변기만 도기네요. 아참 거울도 있긴 하군요. 방 안에는 모기 방지용 커튼이 달린 더블 베드와, 채널은 나오지 않는 티비와 디비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디비디를 빌려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둥근 식탁과 그 옆에 긴 의자가 있고요.


창문이 사진과 같이 바깥으로 그냥 뚫려있는 부분도 있는지라 벌레나 모기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기 방지 용품은 스프레이, 리펠런트, 매트등 다양하게 갖춰져 있으니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모기 물리면 바르는 약도 선물로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저희는 운 좋게 모기나 벌레는 전혀 보지 못... 아니구나, 밤에 집 안에서 디저트 먹으려다가 아이스크림에서 헤엄치던 풍뎅이 같은 녀석 한 놈을 빼고는 보지 못했습니다.(그래서 디저트는 도로 갖다 주고 취소..--;) 오히려 싱가폴 포트 캐닝에서 모기밥이 된 악몽같은 기억이 있네요. 저희가 갔을 때는 별로 덥진 않았었지만 에어컨이 있어서 침대 주위는 어느 정도 온도 조절이 가능했었습니다. 침대는 이불은 없고 그냥 하얀 시트 하나 덮고 자게 됩니다. 살짝 에어컨 킨 상태에서 자는 정도로 알맞았습니다.



빌라 내부는 두 개로 나눠져 있는데 침실이 있는 공간이 있고 침대 옆 문으로 들어가면 뒤에 욕실이 있습니다.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랑 커다란 나무 욕조, 그리고 라구나 같은 경우에는 두개의 세면대가 있었는데 물이 그렇게 잘 내려가진 않았답니다. 바람 불고 그러면 나무 가루가 위에서 계속 떨어지니 막히는 일도 다반사가 아닐까 생각이 되더군요.


제일 안쪽에 변기가 있고(벽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 좀 떨어진 옆에 해바라기 형 샤워가 꼭대기에 달려 있어요. 더운 물은 잘 나옵니다. 물은 배수구 없이 나무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흘러 나간답니다. 내려다 보면 바깥이 보여요..^^ 바깥쪽에 물이 흥건해질 염려는 없는 것이 떨어지는 부분은 여러개의 돌들을 깔아두었는데 그리로 다 흘러가더라구요. 아마 그 아래로 배수구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발 바닥에 느껴지는 나무 느낌이 좋은 샤워실이었습니당. 나무 가시 박히실 걱정은 안하셔도 될듯...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요.
수영장은 좁고 긴 형태인데 깊이는 한 1.2m 정도 되었던가 싶네요. 그 주변을 따라 선베드들이 쭉 놓여있습니다. 사람이 누워있지 않으면 고양이가 누워있죠. 어찌나 팔자 좋은 모습인지 저희도 걔네 따라서 책 보면서 하루 오후는 수영장 옆에서 다 보냈습니다. 



풀 사이드에는 지키는 사람은 없고 가제보 같은 곳에 두개의 커다란 통이 있습니다. 하나는 새 타월용, 하나는 사용한 타월용이에요. 그냥 직접 가져 가서 사용하고 들어갈 때는 사용한 타월 통에 넣으면 됩니다. 수영하고 젖은 몸 닦은 수건을 깔고 있으면 찜찜한데 눈치 안 보고 하나 정도 더 갖고 올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물 뿐 아니라 간식도 제공한다는 거였습니다. 처음에 딩굴 딩굴 하고 있었더니 과일을 주더군요.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또 계속 딩굴 딩굴 하고 책 읽는 척 하고 있었더니 오후 늦게 작은 사떼도 한 사람당 세 꼬치씩 주더라구요. 작은 건데도 입이 궁금하던 차에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빌라 안에 있으면 빌라 안으로 가져다 주기도 하더라구요. 다음날에는 빌라에서 간식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첫날 점심은 풀 사이드에서 미니 버거를 먹었었네요.(이것은 따로 주문) 맛있었습니다.


수영장 옆으로는 바다는 없지만 lagoon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한국말로 뭔지 모르겠는데(사전에 여러 뜻이 있어서) 물이 많지 않은 호수나 늪지 비슷해 보였어요. 갈대나 부들 같은 것이 넓게 펼쳐져서 바람에 흔들리는 멋진 광경을 연출합니다. 공항에서 멀지 않기에 이착륙하는 비행기들도 볼 수 있구요. 초록색 땅 위에 빨간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모습이 꽤 멋지더군요. 첫날은 날씨가 흐려서 그냥 좋구나 정도 였는데, 다음날 찬란한 햇살 아래서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데크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그런 풍경을 즐길수도 있답니다.(원래는 식당의 일부인듯.) 해지는 노을이 멋지다는데 첫날은 좀 흐렸고 다음날은 저희가 밖에서 저녁을 먹는 바람에 보지는 못했습니다. 흐린날 해질 녘 구름 낀 하늘도 아름다웠습니다만...^^
 



조식은 컨티넨탈 브랙퍼스트 온리입니다. 레스토랑이 11시에 열기 때문에 저녁에 빌라로 다음날 아침을 배달해 주지요.(냉장고에 넣어 줌) 빵과 병주스, 참 크래커 비슷한 좀 두꺼운 크래커나 파운드 케잌, 그리고 과일이 다입니다. 아참 떠 먹는 요거트가 나오기도 했군요. 토스터랑 차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설은 원래 빌라 내부에 있구요. 약간 서운한 듯도 한 조식이지만 리조트랑은 어울려요.^^ 아침 먹고 있으면 밖에서 깡패 새들이 빵을 노리고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나중에 귀찮아서 크래커 좀 남은 걸 바깥 테이블에 놔줬더니 먹고 가더군요. 삥 뜯고 가는 깡패에요 정말..^^ (사실 고양이들도 사떼 먹을때는 달라고 야옹야옹거리긴 합니다.)
 



레스토랑은 밤이 되면 꽤 북적거리는데, 음식은 그냥 보통 정도였습니다. 랑카위 물가 생각하면 가격이 비싸서 가격대 성능비로는 떨어지는 셈이니 추천할 수는 없겠어요. 저희는 한끼정도는 직접 먹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거였구요. 디저트를 1시간 후에 빌라로 배달해줘~라고 하면 배달도 해 줍니다. 그 과정에서 위에서 한번 얘기한 대로 풍뎅이가 헤엄치는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실제로 먹지는 않았었어요.^^ 아마 바람 부는 날 날아가던 풍뎅이 녀석이 달콤한 냄새를 맡고 아이스크림으로 다이빙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Bon Ton의 오래된 빌라들은 멋지지만 나름의 애로사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Bon Ton에서 묵은 첫 날 밤에 돌풍이 불어서 집이 흔들리는데, 너무너무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처럼 집이 날아가거나(혹은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처럼 늑대가 불어서 날려보내거나..--;) 집이 부서져 내릴 것 같이 바람이 불더라구요. 공포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창문들도 하나 둘 씩 바람때문에 열려서 덜컹대고... 태풍도 많이 오는 곳인데 옛날 사람들은 무서워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더군요. 처음에 까사 델 마 직원 아저씨가 말했던 “날씨가 좋으면 좋은 숙소고, 날씨가 안 좋으면 좀 안좋을지도 몰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잠자리에 들 때에는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지붕에서 풀과 나무조각이 잔뜩 떨어져서 침대를 털어내야 했습니다.(욕조는 치우기 귀찮아서 사용 안했어요. 물에 우수수 떨어진 것들이 둥둥 뜰테니까 말이죠) 현대식 숙소라면 이런 무서운 경험은 할 필요가 없었겠죠. 바람 좀 부네? 뭐 이런 느낌으로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본톤에는 마이너스 요소들이 좀 있는 셈입니다. 100년된 집이니까 걸어 다닐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창문이나 문도 그냥 쉽게 닫히지 않고 뭔가 안 맞는 느낌도 듭니다.(무거운 투숙객이 있으면 정말 어딘가 구멍이 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부가 좀 어둡기도 하구요(그래서 사진이 흔들린게 많습니다. 아니, 대부분 흔들렸던가?^^;) 모기의 습격도 두렵지요. 빌라 문턱도 높고 계단도 올라야 하고, 세면대랑 욕조에는 나무 찌꺼기가 뜨고, 수영장도 작습니다. 뚫린 창으로 깡패새들이 시끄럽게 협박을 해대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모든걸 용서하게 하는 느긋한 느낌과 매력이 있어요. 무서운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랑스럽기만 한 숙소가 되더라구요. 하하. 모두에게 권할수는 없는 숙소입니다만(어린이 있으신 가족, 고양이 싫으신 분들,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포기할 수 없으신 분들, 리조트 규모가 큰걸 선호하시는 분들, 수영장 작으면 안되는 분들, 오래된 나무집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두려우신 분들 등등) 저는 추천하고 싶은 숙소입니다. 좋은 기억이 될 거에요. 저랑 삼돌군의 기억속에 남은 그림들처럼요.




p.s.1 본톤 리조트의 홈페이지는 http://www.bontonresort.com.my/ 입니다.
p.s.2 올해의 딩굴~ 서적들: ‘아내가 결혼했다.’ ‘러블리 본즈’ ‘르네상스의 여인들’ ‘곰브리치 세계사’(이건 삼돌군만). 추천작은 ‘러블리 본즈’. 피터 잭슨이 영화화하려고 준비중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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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2006/10/25  
아아~ 마지막 사진 정말! 쵝오!!! ;ㅁ;
까사 델마도 충분히 끌렸는데, 본톤은 진짜.. 매력적인 리조트네요. 여행의 로망이 물씬 느껴져요-
담에 랑카위(...대체 언제란말이냐.. ;ㅅ;) 가게되면 꼬옥 들려봐야겠어요.
목조건물의 클래시컬한 분위기도 좋고, 게다 저 부비부비대는 냥이들이라니~!!! 꺄아아아~

 Woody  2006/10/25  
삼돌님의 서신(?)을 받잡고 다녀갑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죠? 정말 최고의 휴양지로군요! ㅋㅋㅋ 보기에도 튼실한 양양이들의 모습에 괜히 제가 흐뭇하네요. 꼭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다음 여행 준비도 즐겁게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