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6일 수요일

발리 단상들 - 끝

* 사진을 찍는 것 - 기억을 남기는 일, 기억을 방해하는 일.



마졸리에 식사하러 간 날 기분 좋게 석양을 보고 사진을 찍고 테이블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우리 테이블은 가장 해변쪽에 가까운 테이블은 아니고 그 뒷줄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우리 바로 앞에는 테이블은 없는 좌석. 그 한 무리의 관광객들은 들어오자마자 모두 우리 앞쪽으로 나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아니지만 해는 대강 다 지고 난 무렵이라 계속 플래쉬가 터지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나오지 않는 식사를 기다리며 앉아있다보니, 아까 사진을 찍고 있던 스스로가 대단히 싫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짜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을까? 혹은 사진 찍는데 급급해서 스스로의 경험에 마음을 집중하지 않고 있었을까?
아쿠아에 후기나 리뷰를 올려야지라는 마음을 먹으면 어느 정도는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이성으로 억제하며 일단 한컷 찍어야 하고, 피곤해도 정리된 침대 먼저 한컷 찍는 때가 많다. 즐거운 의무감 비슷한 것을 느끼는 것 같다. 그건 나쁘지 않다. 리뷰가 아니더라도 잘 나온 사진은 여행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기쁘게 만든다. 또 여자라면(아마 남자라도..) 누구나 자신이 예쁘게 나온 사진도 갖고 싶기 마련이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여행의 목적이 그것인양 주객이 전도되고 지나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디지탈 카메라 광고 카피처럼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주 좋은 추억의 순간들은 사진과는 다른 때에 있는 경우도 많다. 나는 대부분 구체적인 풍경이나 사실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과 큰 그림만으로 기억한다. 단 둘이 정원에서 마주 앉았던 룰라의 점심 시간은 맛있는 음식과 바람 소리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움직이던 그늘로. 늦은 밤 방 앞의 선베드에 거꾸로 누워 별을 보며 남편이 끓여서 서비스해주는 차를 마시는 느긋한 기분과 바람을 기억하고. 라루치올라 앞에서부터 깜깜해진 해변을 둘이 손잡고 오는 밤을.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남편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하던 상냥하고 아름다운 더 레기안 콘시어지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사진에 들어있는 장면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말해지지 않는 감정의 혼합체가 여행의 기억에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석양의 기쁨은 잠시였고, 어수선함과 아쉬움만 많이 남은 저녁이었다. hu’u에서 기분 좋게 한잔 하고, 호텔에 들어와 남편이 풀코스로 서빙해준 나이트 티에 마음이 풀어 지지 않았으면 길고 길었을.



* Still got the Bali blues.
7일째다. 내일 발리를 떠나 싱가폴로 간다고 생각하면 역시 울적해진다. 조금 익숙해진 우붓을 떠났고, 조금 익숙해진 스미냑을 떠나고, 낯선 싱가폴을 잠깐 들리고 나면 늘 알던 거기, 서울이다. 서울도 조금쯤은 낯설어져 있겠지.
해가 지는 것은 발리도 서울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리워지겠군. 꽃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



오늘 The Legian은 누군가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는 식과 리셉션이 있어서 준비가 한창이다. 원래 이런 행사를 유치하지 않는데 단골 손님의 특별 케이스라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이 와있었다.(안하면 어쩔거냐..) 누군지 모르겠지만 발리가 마음에 특별한 두 사람이 계속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길 빈다.
황혼녘이 되니 여기 저기에 불이 켜지고 멋지게 차려입은 손님들이 레드카펫처럼 등장해서 해변가 칵테일 리셉션을 하고 있다.
그걸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센티멘탈 모드 ON.
그리고 사실, 부러움 모드도 ON.
여행이 끝나가고 있구나.
p.s. 발리 단상에 들어간 글들은 발리 현지에서 쓴 것과 돌아와서 쓴 것들이 섞여있습니다. 시제가 오가도 그냥 그러려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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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2005/11/16  
발리 단상이 끝났으니 다음은 싱가폴 단상인가요? +_+
사실 사진에 대한 것이 그래요. 몇년만 지나도, 사진 들여다보면서
이 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때도.
그래도 이쁜 사진보는 것은 즐겁군요. ^^;
ps. 리를오라버니 생일 축하드려요- 




 앨리스  2005/11/28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매일도 특별한 일상이겠지만
같이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하나라는 이름의 우리 라는걸 실감하게 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두분이 함께 한 시간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켜켜이 쌓여가는데 사진은 그저 거들뿐 ^^
늦었지만; 윙오라버니 생일 축하드립니다.
좀 한가해지지면 연말정산집회라도 한번;;

2005년 11월 9일 수요일

D-DAY 플러스

제 핸드폰에는 'D-DAY 플러스'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몇년 몇월 몇일 (몇시까지씩이나) 입력해놓으면 오늘이 그날 그 시간으로부터 얼마 지난건지 알려주는 메뉴입니다.
맨 앞에는 "내 핸드폰 생일"이라는 것이 들어있군요. 기본으로 들어있어주는 것인 모양입니다. 뭐 가끔 이 핸드폰 산지가 얼마나 됐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기에 지우지 않고 그냥 두었습니다.
두번째에는 당연하게도 "결혼식"의 날자와 시간이 들어있습니다. 어제 확인해보니 563일 지났더군요.
그리고 세번째 항목의 제목은 "티거무비"입니다.
마님과 저는 사실 1990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나중에 '하이텔'이 된 '케텔'의 케록동(kerock)이라는 록음악 동호회에서 만났지요. 그때야 물론 저는 대학생, 마님은 고등학생이고 '사심없이' 만나게 된 동호회 모임자리였기에...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때 따로 하고)
어쨌든 그런 식으로 알아왔기에 "처음 만난 날" 같은 건 둘다 기억하고 있을 수가 없고, 우리의 "처음"이라고 할만한 날이 바로 이날입니다. "티거무비"
영화 제목입니다. 아시는 분 적겠고, 보신 분은 더더욱 적겠죠. 심지어 극장에서 보신 분이 과연 몇분이나 계실지 모르겠군요. 아기곰 푸우의 조연 케릭터 중에 하나인 "티거"군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극장판 푸우 영화입니다. 메가박스에서 일주일쯤 상영했을겁니다. 마님과 저는 그걸 같이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제가 마님께 "대쉬" 비슷한 것을 한거죠. 제가 날렸던 의미심장한 대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기회를 줘봅시다.
그리고 그로부터 2000일이 지난거네요.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그 "기회"가 살아남아서 이렇게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냈내요. 그때 제가 참 잘했던 것 같습니다. ^^;
어제는 D-DAY 플러스가 말해주는 티거무비 이천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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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2005/11/09  
이승환의 '천일동안' 이 유행했을 때 천일이라는 숫자에 감탄하곤 했었는데
...부럽군요. ^^;
2천일동안 쭉(이었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이어오신 인연보다는, 그 노력이 부럽네요.
뭐, 흔한 멘트지만, 2만일 기념일에도 두 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분명 행복하실 테니 제쳐두고, 오래오래 함께 건강하세요- 




 세상  2005/11/09  
핸드폰.. 좋다.. 부럽다 >.< 

2005년 11월 8일 화요일

발리 단상 6 - 잠못드는 더 레기안의 사연

* 잠못드는 더 레기안의 사연.
더 레기안(The Legian: 호텔명)은 서향이라 방이 좀 어둡다는 점을 빼면 바로 정원을 가로질러 바다로 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스튜디오 스윗은 넓다기 보다는 길고, 현대적이고 고급스럽다. 보스기기 + 아이팟이 두대가 한 객실에 있으니 정말 말 다한것 아닌가. 비치백에 넣어서 해변에 가지고 나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아이팟 스킨도 마음에 들더라. 들어있는 음악은 하도 잡다해서 나와 삼돌군은 음악을 듣기보다는 게임기 용도로(솔리테어) 더 많이 사용한듯 싶지만.. 그렇게 솔리테어에 불타본 것도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하하~ 



해변에 편하고 넓은 선베드가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원지에서 빌려주는 평상의 럭셔리 버전인 셈인데, 여기가 아주 편해서 더 레기안에서는 메인풀에 한번도 안 들어가고 해변의 선베드에서만 딩굴하며 책을 봤다. 책이 지겨워지면 그늘쪽으로 한껏 몸을 붙이고 바다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괜찮았다. 또 한번 바다쪽으로 걸어나가고 싶으면 해변을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갔다. 볕이 땡볕이어도 별로 개의치 않고.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최고로 호사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호사를 편안하게 누리게 해 주니 비싼값을 지불해도 좋을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른 여행취향을 가지고 있고 그 수많은 취향중에 나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원래 우리집 삼돌군은 건강하고(훗훗) 부지런한 사람을 만났다면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많은 걸 보고, 알뜰하게 쓰는 여행도 아주 잘 다녔을 것이지만 모셔야 할 마님과 사는 관계로 한없이 느리고 변덕이 심하고 가산 또한 탕진하는 여행을 다닌다.(올해 저축 목표액은 영원히 달성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님이 자기와 함께 다녀주신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일단 모셔야할 마님이 있다는 것이 삼돌이의 기쁨이거니와 집에 딱 붙어서 나갈 생각을 안하는 원래의 나를 생각하면 이렇게 다니는게 스스로도 신기하니까.



아뭏튼 위와 같은 생각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더 레기안의 선베드 위이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방에 들어와서 보니, 가슴 위쪽이 요상한 V자로 익어있었다. 실상 V자도 아니고 √ <-- 이런 느낌으로 비대칭이니 비키니 자국의 이상한 버전이다. 선블록을 바르면서 얼굴과 목과 등과 등등 신경써서 바른다고 발랐는데 제대로 안 바른 데가 있었던 모양이다. 화끈화끈 간지러워지기 시작한다. 으으. 발리 오기 전에도 태어나서 두번째로 야구장 갔다가 다른데는 다 어쨌든 가렸는데 옷의 깃 모양 따라서 쇄골 아래쪽으로 좁고도 깊게 익어서 고생을 했건만 이번엔 왼쪽 가슴 위쪽이 타격을 제대로 받았다.--; 암튼 가렵고도 아픈 가슴을 달래느라 그랬는지 유독 그날 밤에 잠을 자지 못해서 다음날까지 고생했다.(소량의 음주나 밤에 차를 마셨다는 점등의 다른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긴 하지만) 더 레기안의 밤은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는 걸 알게 되었던 계기였기도 하다.
이 글의 교훈: 선베드가 좋아도 너무 딩굴거리지 말자.
추신으로 올해의 책들:
최훈의 ‘MLB Cartoon’ – 네이버에 연재했던 분량+a로 알고 있는데 MLB 문외한인 본인으로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는게 매우 중요하며, 한번 등장한 선수들이 다른 팀이나 선수의 일화에서 등장하는 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좋은편. 최훈 작가 특유의 유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별로 권할 수 없음.
Snowcat ‘To Cats’ – 스노우캣이 자신과 함께 살고있는 고양이 나옹에게 바치는 책. 스노우캣을 매우 좋아하고, 아주 가끔 “네가 스노우캣이지?”란 말을 지인들에게 듣는 나로서는 그냥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먹고 죽을래도 그런 그림 재주가 없어서..젠장) 사랑이 있고, 애정이 있는 대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창작의 밑바탕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야구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야구 이야기. 막나가는 이야기 중간중간 “뭐냐 이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다가도 어떤 부분은 칼로 베는 것처럼 예리한, 인상깊은 책이다. 실상 여행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이 여행 후기를 쓰게 된 것도 많은 부분 그 책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저 위의 어설픈 발리 음식의 신과의 대화를 써야지라고 강한 동기 부여를 받았고. 독서의 효과는 과연 크고도 놀랍도다.
부활하는 남자들: 삼돌군만 읽어서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11월 9일 현재 1권 거의 끝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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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2005/11/08  
마님의 여행 취향이 딱 제 취향이네요. 저도 삼돌군 있으면 잘 떠받쳐질 수 있는데 -_-;
썬 베드, 밤에 유난히 더 잘들리는 파도소리...
멋져요. -_ㅠ (화상 입으셨다는 얘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네요;;) 




 앨리스  2005/11/28  
오오.. 강한 염장으로 마무리 하시는군요;;
저야 성격상 이틀만 묶어놔도 답답해서 꿈틀거리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바닷가에 저런 호화 침상에서 뒹굴이라니!!
전 횟집 2층에 이불 말고 앉아서 창밖으로 일출을 봤단말입니다..
역시 저에게 삼돌군이 없어서인가요.. ;ㅁ;
마님 담에는 삼돌군과 즐겁게 지내는 방법 말고
좋은 싹수의 삼돌군 찾는법, 삼돌군 내것으로 만들기, 삼돌군 건강하게 키우기, 삼돌군 업그레이드 하기 등등의 연재도 부탁드립니다-

2005년 11월 2일 수요일

발리 단상 5 - 발리 음식의 신과 대화

* 발리 음식의 신과 대화.

(사진은 없어요.^^)
- 이부오카에서
졸린곰: 사람 많네요. 그것도 동네 사람들이. 확실히 맛있겠군요. 음.. 동네 개까지 저렇게 빤히 쳐다보며 음식을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다니.
발리식신: 당연하지. 괜히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 아니다.
졸린곰: (냠냠) 맛있네요. 좀 짜긴 하지만.
발리식신: 트집은...

- 라막에서
졸린곰: 분위기 좋네요.(추석날 저녁, 보름달을 볼 수 있는 테라스에서 식사) 근데 서빙하는 언니들이 상당히 콧대높은 듯한..
발리식신: 식당은 맛으로 말하느니라.
졸린곰: 고기는 맛나지만 이 큰새우는 덜익었는데요. 입속이 간질간질 하네.(생새우와 게에 알레르기 있음. 익힌건 오케.) 제 입맛이 좀 싱겁긴 합니다만 역시 조금 짜기도 하고.
발리식신: --;

- 아융테라스에서
발리식신: 맛있지?
졸린곰: 말 시키지 마세요. 먹느라 바쁜거 안보이세요? 분위기도 좋은데 깨지 마시고요. (그릴드 스내퍼 원츄!!!)
발리식신: --+

- 바쿠다파에서
졸린곰: (냠냠이 아니라 아구아구) 맛있네요. 근데 짜다.
발리식신: --+++ 간이 안맞는건 음식이 아니라 네 입인 거잖아!

- 카이잔(일식 한식당)에서
졸린곰: 이게 어떻게 한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냐고요!!!
발리식신: 난 발리음식 신이니 거기엔 관여 안한다. --++
졸린곰: 무책임하시기는. 어제랑 그제 먹은 음식은 ‘발리음식’인감요?
발리식신: --++++ 네가 원래 외국 나가서 한국 음식 안먹는다고 했잖아!
졸린곰: 그러게요. 그 원칙을 꺾은 댓가인가. 젠장~

- 마졸리에서
졸린곰: 일본인 관광객에게 둘러싸였네. 저기요.. 좀 비켜보실래요? 바다가 안보이는데..--;;
흑흑.
헉 파스타가 퉁퉁 불어서 나왔군.. 엇 너무 싱거워. 간 안했나봐요.
발리식신: 쌤통이다!
졸린곰: 쳇 소금 치면 되죠.
.....
졸린곰: 엇 뭐야! 계속 싱겁잖아!!!
발리식신: ‘소금통 막아놨지롱.’
(소금을 여러번 쳤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싱거워서 마지막에 확인해 보니 소금이 나와야할 작은 구멍들이 막혀있었다.)
졸린곰: 쪼잔하시긴. 계속 투덜댄다고 복수하는거에요?

- Hu’u에서 (마졸리 식사 후에 이동했음)
졸린곰: 여기 와서 저녁 먹을걸. 귀여운 청년 서버도 있고. 좋고나.
발리식신: 술도 밥만큼 좋잖아.
졸린곰: (광포한 곰 mode) 그런 밥을 주고는 그런 소리가 나오심? 닥치셈! 퍼퍽!
발리식신: 흑흑..

- 롤라에서
발리식신: 어이. 어제는 미안했고, 오늘은 맛있게 먹어라.
졸린곰: 헉 이렇게 맛있는 가스파쵸라니... 샐러드도.. 스튜도.. 심지어 케익도 맛있군! T-T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요. 화해해드리죠.

- 라 루치올라에서
졸린곰: (냠냠) 샐러드 진짜 맛있다. (신과 화해하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 근데 저기 뒤에분들좀 어떻게 해주실 수 없어요? (호주에서 온것으로로 보이는 10대 아가씨 7-8명 정도가 생일파티하며 꺄악꺄악거리고 있었다. 테이블이 여럿 떨어져 있었는데 남자 얘기 하는거 다들었다...--;)
발리식신: 생일 파티하는 애들을 쫓아내리? 그냥 참고 먹엇! 나 또 짜증내기 전에.

어차피 다 유명한 곳이라 따로 리뷰을 쓸 것 같지는 않으니(남편이 쓸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간단하게 글을 써봤다. 대부분 평균 이상의 맛이었지만 영 아니었던 곳도 있었던 식당들. 가장 좋았던 식사는 포시즌사얀의 아융테라스에서의 저녁. 가격도 최고였지만 맛도 분위기도 서비스도 만점이었다. (신혼 여행 다녀온 이후 포시즌에 대한 편애모드가 아니더라도..)
그 다음으로는 롤라에서 먹었던 점심. 그 전날 잠을 거의 못자서 밥맛이 전혀 없었는데 가스파쵸 먹고는 갑자기 식욕 왕성해져버렸다. 소꼬리 스튜도 약간 갈비찜을 생각나게 하는 맛으로 맛있었고 지중해식 샐러드도.
3위는 바쿠다파일까나. ^^ 먹어댔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먹었다. 가격도 착하고.
원래 좀 싱겁게 먹는 편이라 발리 가서는 대부분 식사가 좀 짰다. 주문할때 말한다 말한다 하면서도 계속 잊어버리고 투덜대다가 마졸리에서는 궁극의 싱거운 파스타를 맛보았다.--; 남편과 나는 그것이 발리음식의 신의 복수인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나 그래도 막판에 화해하고 왔으니 다음에도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실것도 믿어 의심치 않으며..

* 걸을 수 없는 길, ‘인도’로 가는 길.
몽키 포레스트와 스미냑 거리에는 정말 많은 상점이 있어 쇼핑하기 무척 좋을 것 같았는데, 도저히 그럴 마음이 안 들었던 것은 길을 걷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쇼윈도우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어서였다. 진열장을 보며 걸으려면 최소한 앞의 길이 평탄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올라갔다 내려갔다하고, 어딘가는 푹 파여서 빠질 것 같고, 걸리면 넘어질 장애물들과 잠자는 개들과 아침에 내놓은 제물까지(밟으면 안되지 않겠는가..) 있으니 길을 걸을때 앞을 봐야지 가게를 들여다보기는 너무 힘들더라. 어쩔수 없이 사선으로 반대쪽 길에 있는 가게를 살짝 훑어보고 재빠른 동작으로 눈 앞의 길을 살피고, 다시 가게를 잠깐 구경하는 식의 매우 집중력 낮은 쇼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집 삼돌군은 '살건 다 사셨지않습니까?'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한가롭게 걸어서 동네를 구경하지 못하게 하는데는 매연도 한몫한다. 우붓같이 작은 동네에서도 목이 칼칼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스미냑에 오니 이건 뭐... 날씨가 좀 더워도 그늘이면 시원하기에 별로 멀지 않은 거리를 걷기도 했는데, 저녁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니 메스꺼워진다. 날씨는 더운 곳이지만 바닷가에 있어 통풍이 나쁠리도 없으니 차와 오토바이들이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들이 진짜 강적이긴 강적인가보다. 인도네시아 유가도 더 올랐다는데.. 혹시 다들 유사 휘발유 내지는 가짜 휘발유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님 대부분이 경유차? 디젤?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어도 이 ‘관광의 섬’이 좀 더 환경보호에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발리에 도로를 걸을 때 마다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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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lwing  2005/11/02  
댓글 내지는 호응, 코멘트, 찬사 등등이 아무 것도 없어서 마님께서 다소 상심중... --; 협조들 해주심. 




 Tulip  2005/11/08  
협조중입니다. 핫핫;
음식 사진이 없다는 게 무엇보다 다행인 파트였어요.;
안그래도 요새 아시아 음식들에 꽂혀있는 판에 =_= 




 앨리스  2005/11/28  
역시 체리짱;;;이 추천한 아융테라스가 좋았군요. ㅎㅎ
(아이 B급인간에 대해 솟아나는 애정이란;;)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제일 유익한 파트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언젠가 마님이 올려주신 글덕분에 발리에 잘 다녀왔노라 후기 올릴일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