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핸드폰에는 'D-DAY 플러스'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몇년 몇월 몇일 (몇시까지씩이나) 입력해놓으면 오늘이 그날 그 시간으로부터 얼마 지난건지 알려주는 메뉴입니다.
맨 앞에는 "내 핸드폰 생일"이라는 것이 들어있군요. 기본으로 들어있어주는 것인 모양입니다. 뭐 가끔 이 핸드폰 산지가 얼마나 됐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기에 지우지 않고 그냥 두었습니다.
두번째에는 당연하게도 "결혼식"의 날자와 시간이 들어있습니다. 어제 확인해보니 563일 지났더군요.
그리고 세번째 항목의 제목은 "티거무비"입니다.
마님과 저는 사실 1990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나중에 '하이텔'이 된 '케텔'의 케록동(kerock)이라는 록음악 동호회에서 만났지요. 그때야 물론 저는 대학생, 마님은 고등학생이고 '사심없이' 만나게 된 동호회 모임자리였기에...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때 따로 하고)
어쨌든 그런 식으로 알아왔기에 "처음 만난 날" 같은 건 둘다 기억하고 있을 수가 없고, 우리의 "처음"이라고 할만한 날이 바로 이날입니다. "티거무비"
영화 제목입니다. 아시는 분 적겠고, 보신 분은 더더욱 적겠죠. 심지어 극장에서 보신 분이 과연 몇분이나 계실지 모르겠군요. 아기곰 푸우의 조연 케릭터 중에 하나인 "티거"군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극장판 푸우 영화입니다. 메가박스에서 일주일쯤 상영했을겁니다. 마님과 저는 그걸 같이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제가 마님께 "대쉬" 비슷한 것을 한거죠. 제가 날렸던 의미심장한 대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기회를 줘봅시다.
그리고 그로부터 2000일이 지난거네요.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그 "기회"가 살아남아서 이렇게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냈내요. 그때 제가 참 잘했던 것 같습니다. ^^;
어제는 D-DAY 플러스가 말해주는 티거무비 이천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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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ip 2005/11/09
이승환의 '천일동안' 이 유행했을 때 천일이라는 숫자에 감탄하곤 했었는데
...부럽군요. ^^;
2천일동안 쭉(이었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이어오신 인연보다는, 그 노력이 부럽네요.
뭐, 흔한 멘트지만, 2만일 기념일에도 두 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분명 행복하실 테니 제쳐두고, 오래오래 함께 건강하세요-
세상 2005/11/09
핸드폰.. 좋다..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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