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0일 목요일

2007 몰디브 (2/3)

3. 식음료

한 번 들어가면 리조트에서 세끼 식사를 해야 하므로, 식당은 여기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고민하다가 하프보드(아침+저녁)으로 미리 예약을 해서 갔는데 우리는 원래도 호텔에 들어가면 좀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은 풀사이드에서 간단히, 그리고 저녁을 좀 잘 먹는… 그러니까 살찌기 딱 좋은 스타일이라서, 괜찮은 선택이긴 했다. 모든 식당과 방갈로 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특별 이벤트가 있는 식사(주말에는 Cafe Huraa와 Baraabaru에서 시푸드 바비큐 부페, 인디안 음식 특별전등이 있었다.)는 데스크에 물어보면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딱 한 테이블만 앉을 수 있는 위치에서 로맨틱 디너(일반 식사의 두 배 정도 지불해야 한다고 함)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차액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지만. 아 참, 하프보드의 경우 모든 음료(물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시라.

지금까지 여행에서는 로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심하게 고생한 기억은 없는데, 이번 여행 내내 몸이 안 좋고 입맛이 없어서 음식 때문에 고생을 했었다.(그냥 다 별로고 집 밥이 그리웠다…--;) 포시즌에만 도착하면 이 고생은 모두 끝이려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았으니-. 흑. 도착한 날 아침 겸 점심 먹으러 Reef Club에 갔다. 점심때 안티 파스토 부페랑 알 라 까르뜨를 같이 하는데 부페가 1인당 $38. 좀 비싸니 그냥 단품으로 먹자고 남편은 마르게리따 피자를, 나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시켰다. 피자는 괜찮았는데, 이놈의 봉골레. 해감이 제대로 안됐다. 조개를 씹을 때마다 뭔가가 버석버석 씹힌다. 개인적으로 봉골레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좀 먹다 말았다. 게다가 엄청 짜기까지…--;; 담당 서버가 맛이 괜찮냐고 묻길래 이러 저러 해서 먹을 수 없다라고 하니까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또 해감이 안된 조개가 나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됐다고 했더니 다른 것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파스타를 1/2인분(half-portion)으로 달라고 해서 먹었다. 솔직히 그 녀석도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고…T-T

이런 자리들이 있고, 지붕 있는 실내 쪽 자리들도 있다.
Reef Club의 부페 쪽.


언제나 빵만은 맛있다.^^ 빵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마르게리따 피자.


문제의 봉골레.


나중에 먹은 파스타. 이름도 생각 안 남…

그날 저녁, 다시 한번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저녁을 먹은 Cafe Huraa는 동양 음식과 시푸드를 같이 내놓는 가장 넓은 스펙트럼의 레스토랑이었다. 배는 고픈데 입맛은 없고, 또 낮에 별로 맛있게 식사를 하지 못한지라 (나는) 아시안 음식을 공략해 보기로 하고 스시 플래터와 타이 샐러드, 사천식 산라탕을 먹었다. 타이 샐러드는 산뜻하고, 사천식 산라탕은 새콤 매콤 입맛을 돋궈주었는데(두 그릇도 먹겠더라), 스시 플래터에서 스시를 집는 순간 뭔가 무겁다는 느낌이 오면서 ‘왜 이렇지?’라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친다. 입에 넣고 씹는 순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쌀이 덜 익은 것이다. 씹으면 꼬들한 게 아니라 반쯤 익은 거라 생 쌀의 질감이 느껴지는… 아아 이 자들이 우리에게 왜 이런단 말인가. 우리는 마음으로 절규하며 서버에게 말했다. “쉐프에게 전해주시오. 이것은 손님상에 올라오면 안되는 음식이라오.T-T” 결국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미안하다고 하며 다시 만들어 주겠다는 걸 사양하고 그냥 메인 요리를 먹기로 했다. 나는 관자를, 리틀윙님은 스테이크를. 관자는 메쉬드 포테이토랑 같이 나왔는데, 본인이 원래도 관자 킬러이긴 하나 정말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도록 적당히 익혀져서 나와서 너무 맛있었다. 스테이크도 맛있었던듯.


밝을 때라 홀로 사진이 잘 나온 빵.^^


타이 샐러드.


제대로 배신해 준 스시 플래터.


정말 맛있었던 관자. 관자란 그냥 재료가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심플하게 구워도 맛있는 것이다!


육즙이 흐르는(추룹추룹…) 스테이크.

계산할 때 다시 매니저가 와서 사과를 하면서 그 요리 값을 빼주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프보드로 왔거든…이라고 하니까 그럼 음료값을 빼주겠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티 한잔 더 마실 걸 그랬나 하는 비굴한 후회가 들었다. 하하하.
다음 날 아침은 그냥 방갈로에서 먹었다. 전날 밤에 미리 주문하면 정한 시간에 가져다 주며, 주문도 메뉴가 있으니까 정해서 이거 이거 주세요 하면 되니까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약간 욕심을 내서 많이 시켰는데, 확실히 배달해 주는 거라서 조금은 맛이 떨어지는 것 같더라. 왜 오믈렛 같은 음식은 바로 받아서 먹어야 훨씬 맛있지 않은가. 게다가 밤 새 에어컨을 쐰 카메라 렌즈에 이슬 맺히는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진도 잘 찍지 못했다. 나머지 이틀은 직접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하루 정도는 방갈로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식당에 직접 가서 드시기를 권하고 싶다. 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프렌치 토스트 매우 비추다.
조식은 Cafe Huraa에서 하는데 생각보다는 좀 조촐한 편이다. 조식 사진이 별로 없어서 별로 보여드릴 것이 없는 점이 유감. 보통의 조식당에서 기대할 법한 것들은 대충 다 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꿀인데, 벌집을 직접 가져다가 아래로 흘러내리게 해서 퍼가게 한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토종꿀임을 증명할 때 쓰는 방법 아니던가.. 설마 몰디브 토종꿀인가? ^^
 

토요일 저녁에는 Fisherman’s Feast라고 해산물 바비큐 부페를 한다고 해서 참가해 보았다. 그 전에 선셋 칵테일 시간에 무료로 칵테일을 마시고 호텔 스탭들과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므로 참여해 보시길. 우리는 칵테일 두 잔씩 마시고 얼굴 빨개져서 저녁 먹으러 갔다.



조식당 내부에 부페로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식단이 차려지고 바깥쪽에는 생선 두어 종류와 새우를 골라서 구워주는 자리가 있다. 명색이 해산물 바비큐의 밤인데 너무 종류가 적다는 것이 좀 유감.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레드 스내퍼, 화이트 스내퍼, 그리고 타이거 프론이 있다. 요거 요거 달라고 찍어주면 가져가서 구운 다음에 자리로 가져다 준다.



아웃포커싱 실수로 쌍으로 찍은 사진...--;
굴이랑 홍합 등은 싱싱했고 그 전과는 달리 스시도 먹을 만 했다는 리틀윙님의 제보가 있었다.



홍합~.


해산물 샐러드~.

리조트에 오래 머무는 사람 일수록 식단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일 테니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이런 행사를 가져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 날 메뉴도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한정된 감이 있었지만 편하게 잘 먹었다.
풀 사이드 메뉴는 평범하게 그릴드 푸드와 버거, 핫도그 등이 있으며, 그 중 하루는 버거를 하루는 핫도그를 먹었는데 핫도그는 옆에 야채가 살짝 곁들여 나오기는 하지만 좀 빡빡해서 권할 만 하지 않다.
 



사진에 나온 큰 건물이 바(bar)인데 물에서 나가지 않고 헤엄쳐 가서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세 번째 날 저녁에는 다시 Reef Club에 가서 먹었다. 첫날 이후 우리는 둘이서 아마 ‘불평쟁이 손님’으로 찍혀서 유명해져 있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재미있게도 우리가 선셋 칵테일 할 때 음식에 대해 많은 얘기를(혹은 불평을) 했었던 직원이 Reef Club에 나와 있어서 우리에게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써 주었다



대강 이런 분위기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정도 된 아들을 데리고 온 서양인 부부가 음식을 기다리면서 아들과 함께 카드게임을 하던 모습을 보았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식사를 기다리며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닌가.
아이스티를 얼린 얼음을 아이스티와 함께 제공해 주는 센스가 있다.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애피타이저.



관자 킬러답게 한번 또 먹어준다. 왜 집에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구울 수 없을까…



해물 리조또와 메인인 스내퍼 구이.

그리고 또 하나의 메인이었던 튀김 요리. 랍스터 포함 야채 등등을 튀긴 것이 섞여 있다.



Reef Club의 요리는 전반적으로 해물 위주의 이탤리언. 속이 계속 안 좋은 상태였음에도 맛있었고, 밥을 먹다가 숙소로 돌아가야 할 만큼 위장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더라면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쯤 쓰다보니 포시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음식 생각이 난다. 그 전부터 아쿠아에서 가끔 후기를 읽다 보면 나오는 얘기 중에 꼭 따라 해보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리조트 객실에서 점심에 컵라면 먹는 거…^^; 여행가서 그럴만큼 한식이 절실하지는 않고, 정 안 좋으면 일식 정도로 해결을 하니까 가져간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리뷰와 후기에 보이는 그 행복한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길래 컵라면을 두 개 챙겨가 보았는데… 보통 때 같았어도 맛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몸이 계속 안 좋아서 입맛이 없었던 탓에 한식이 계속 땡기다 보니 그럴 때 먹는 컵라면이란 정말 별미더라. 밥이 없었던 게 한. 예전에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여행가서 한식을 찾는지 이해를 못했던 남편도(유럽여행 한달 넘게 해도 그냥 현지식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인간이었음.) 이번에는 같이 몸이 안 좋았던 지라 드디어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신의 경험의 한계만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우리는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상황을 경험하면서 지경을 넓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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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hiti  2007/05/11  
영국 시골(!) 호텔 부페에서도 벌집째 놓은 것 보았음. 꿀을 푸다가 죽은 벌이 나올까봐 걱정되어서 먹지 않음.ㅎㅎ 


 Tahiti  2007/05/11  
유럽에서 느끼한 서양 음식 앞에 두고 고추장을 그리워하는 차某 배우의 순某 고추장 광고는, 진실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눈물로 공감하는 광고라 사료됨.
동양 음식 전혀 없는 곳에서 일주일만 있으면, 라면 거의 안 먹던 사람도 라면 냄새만 맡으면 위가 먼저 달려감. 


 마님  2007/05/11  
미국에 있을때 매운거 싫어하던 내가 라면을 맵게 끓여서 먹던 생각이 나누나. 저거 아래로 꿀이 흘러내리게 되어 있어서 시체는 안나왔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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