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천공항에서 오사카로 향했습니다. 하룻밤 묵고 런던으로 다시 출발. 갈 때는 이렇게 일본을 "경유"해서 지나쳐갔습니다만, 올 때 일본에서 며칠 머물기 위해서 이런 경로를 택했습니다.
사실, 전일본항공(ANA)을 이용하면 이게 가장 싼 루트이기도 합니다만 어쩌다보니 JAL을 이용하게되어서 그다지 가격혜택은 못보았습니다. (ANA 항공의 일본경유 유럽행 비행기표는 싸기로 유명한 만큼 빨리 매진됩니다.)
제가 원하는 날자에 출발하고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죠. 이번 여행 초반부의 화두는 "시간을 산다"였습니다. 시간을 좀 투자하면, 돈을 아낄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천천히 얘기하겠지만요.
오사카의 공항, 호텔, 런던의 첫날밤...까지는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때까지는 그럴 계획도 없었기도 하고 그럴 틈도 별로 없었어서요.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있던 일입니다. 옆자리에 한 한국 아주머니와 또 한 한국 청년(?)이 자리했었는데 둘이 구면은 아닌 듯 하지만 꽤나 수선스럽고 말이 많더군요. 한눈에 봐도 "어... 비행기 처음 타봤구나"싶은... 어떤 인상이었는지 아시겠죠?
저는 그저 조용히 음악듣고 영화보고 가끔씩 스튜어디스와 한두마디 하고 그랬는데 이게 JAL이다보니 스튜어디스와의 간단한 한두마디는 영어로 했었죠. 그랬더니 이 옆의 두 사람은 제가 외국사람인줄 아는 모양이었습니다. 그게 또 눈치가 바로 오잖아요 ^^
굳이 설명할 필요도 못느꼈고, 사실 말트기도 귀찮아서 '건드리지 마세요'란 뜻으로 암말 않고 그냥 두었지요. 그런데 제가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 사이에 뭔가 제게 물어볼 게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떠듬떠듬하면서 영어로 뭐라 말하려고 애를 쓰더군요. 그래서 "그냥 한국말로 하세요"라고 한마디 던졌더니... 그 다음은 짐작이 가시겠죠?
제가 무서워보였다나... 물론 외국 사람인줄 알았고... 어쩌고 저쩌고... 수다수다... 그럴줄 알고 암말 안할까도 했었는데... 글쎄요 그래도 도움이 필요해보여서 좀 귀찮아질 것을 각오하고 말문을 텄었습니다.
런던에 도착해서는 그곳에서 유학중인 후배를 만났습니다. 런던에 있는 동안은 그 후배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구요. 그 집에 짐도 풀고 그 동네의 잘하는 식당에 가서 저녁도 대접받고 런던의 야경도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 후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물론 잘아는 후배이긴 합니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은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거죠. 아니... 도움이라기 보단 '위로'일 수도 있겠구요. 내가 가진 것은 A에게 도움이 되고, 나는 B가 보내주는 위로를 받게되는...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대개 내게 있을 때는 별 것이 아니다가 남에게 갔을 때야 비로소 가치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그건 원래부터 그 자리로 가야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또 13시간을 날아간 곳에서 그런 생각들을 해봤습니다. "내가 가진 것"... 남에게 가서야 제 자리를 찾아서 가치를 빛낼 수 있는 것... 그런 게 또 얼마나 내게 있는지... 그리고 "내"가 가있을 곳은 어디인지... 그런 저런 생각들을 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