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가끔씩 놀라게 해주는 일을 좋아했다. 사실 조금만 신경을 더 쓰고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린 조그만 일로도 서로 기뻐하고... 좋아했으니까... 그날도 그녀는 몹시 기뻐해주었다.
"난 뭘 해줄까? 너무 고마와"
그가 기뻐해주는 것, 그런 모습을 내게 보여주는 것 이외에 내가 더 무엇을 바랐었겠는가... 하지만 난 조금 생각을 해본 뒤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리고 그렇게 고마와하지 않아도돼. 다만, 언젠가 네가 내게 화가 몹시 났을때, 네가 내곁을 떠날 생각이 들었을 때가 온다면, 그때 오늘을, 네가 기뻐했던 모습을 한번만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
우리가 만난 이래로 어쩌면 늘 나는 '그날'을 지울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날'이 언젠가 올지 모른다는... 그런 불안을 의식중이거나 무의식중에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지... 아니면 그런 느낌이 적중을 했던 것 일지...
'그날'에 그녀는 그때의 일을 기억해주었었다. 우리에게 닥쳐온 파국을 막진 못했고 어쩌면 우리를 더 슬프게 했던 지난 시간의 추억일 뿐이었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다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우리의 만남으로 인해 기쁨을 느꼈다면, 우리로 인해 실망을 하고 힘들어 할때 그때 오늘을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우리가 서로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동안에는 사실 보답이란 것이 필요없으니까.
1997년 1월
ps. 예전에 썼던, 몇 안되는 남아있는 글의 재활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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