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출퇴근도 지하철로 하고, 누구를 만나러갈 때에도 대개는 지하철을 탑니다.
지하철을 애용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제가 버스 노선 같은 것을 잘 외우지 못하는 것에도 있고 (타지 않아 버릇하니까 더 심해지더군요), 무엇보다도 길이 막혀서 약속시간에 늦는 일이란게 없기 때문입니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편이 늦게 오는건 괜찮습니다. 그건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제가 늦은 것에 대해서 상대편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플랫폼에 서있을 때 자주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선로쪽으로 떠밀려 나가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상상 말입니다. 빠르고 육중한 몸체가 사정없이, 고압전류와 함께 달려옵니다. 조금만 손을 내밀면, 눈을 한번 질끈 감으면, 그렇게도 쉽게 너무나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놀랍곤 합니다.
지하철을 타면 버스와 가장 대조적인게 창밖 풍경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의 광고는 꽤 유용하다고 합니다. 신문들도 많이 팔리구요. 지하철은... 외롭고 심심한 공간입니다.
그럼으로해서, 자유...롭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 이후로 가장 많이 찍게 된 곳이 - 어쩌다보니 - 지하철입니다. 꼭 지하철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가장 틈이 많이 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매일 지나가던 곳인데도 카메라를 통해서 본 풍경은 퍽이나 달라 보입니다. 그리고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지하철뿐만이 아니겠죠...
그리하여,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게 해줘서 자주 이용하는 친근한 곳이면서도 이전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곳이고, 그러면서도 늘 치명적인 위험이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외롭고 심심하면서도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얘기가 되는군요. ^^
결국 하고 싶었던 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어보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당신의 눈길을 오래전부터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왔는지도 모른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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