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밤 - 드디어 리츠 칼튼
발리 공항에서 리츠 칼튼까지 가는 동안,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 청년이 그들의 보스에게 전화를 바꾸어주었다. 환영의 인사와 함께 청천벽력의 메세지... 더블 베드의 룸이 준비되지 못하였고, 트윈 베드란다. 용어가 헷갈리는데 암튼, 신혼여행부부에게 싱글 침대를 두개 따로 주겠으니 알아서 하란 얘기다. --;
사실은 서울에서부터 그런 얘기가 없었던 건 아닌데, 문제는 여행사 사람들이 우리 일정을 포시즌 먼저, 리츠 칼튼 나중으로 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호텔 예약이 엉켰고, 뒤늦게 정정하다가 더블베드를 잡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 이런 얘기를 서울에서 전화로 들었을때 당연히! 강력하게 정정을 요구하였고, 해당 여행사의 서울 사무실에서는 그러마고 대답을 해놓고는 그냥 어영부영 넘어간 것이다. 발리쪽에서는 내게 미리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얘기는 사실 마님에게도 여지껏 얘기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제 다 지나갔으니 후기에나 하는 얘기다. 그 외에도 해당 여행사의 서울 사무소는 여러번 내 속을 썩였는데, 그에 비해 그래도 발리 현지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해당 여행사를 이용하실 분이 계시다면 이정도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문제의 여행사는 BJC다. --;)
문제의 트윈 베드가 놓인 리츠 칼튼의 오션뷰 룸이다. 보이는 바 대로 침대 위에는 꽃잎이 뿌려져있고, 가운이 놓여있었다. 프론트 데스크에서 꽃 목걸이도 걸어줘서 욕조에 띄워져있던 꽃잎에 더해서 동동 띄워놓게 되었다. 어두워져서야 도착한 리츠 칼튼의 첫인상은 이렇게 꽃잎으로 시작되었다.
일단 저녁 늦게 도착하였으니 리조트를 돌아보긴 어려웠고 (게다가 피곤하지 않았겠는가 ^^) 시작부터 룸서비스로 저녁식사를 시켜먹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게으름뱅이 신혼여행은 첫 식사부터 확실하게 조짐을 보였던 것이다.
(익히 얻어들어둔 바 있는) 나시고랭과, 따끈한 국물이길 바라며 어떤 것, 그리고 아마도 카레였던 것 같은 (역시 다 까먹었구나) 음식을 시켰다. 피곤하고 꽤 지쳐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맛은 좋았다. 결론, 리츠 칼튼의 인룸 다이닝은 먹을만 하다. ^^ 부가정보, 저렇게 세가지 시켜먹고 나중에 보니 가격은 40만루피 좀 넘었다. --;
마님이 좀전에 지나쳐가면서 가격은 왠만하면 쓰지 말란다. 욕먹는다고 --; 그럴만도 하다. 요즘 두번째 발리여행을 준비하면서 하루 방값에 10불 깎느라고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그때는 겁없이 지르고 쓰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반성중 --;) 하지만, (역시나 전가의 보도) 신혼여행이었고 낯선 곳에 갓 도착한 어두운 저녁이었다. 양해해주시기 바라며... 굳이 이런 사족까지 달아가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시시콜콜히 하는 것은,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실까 해서이다. 그러니 혀를 쯔쯔 차실 지언정 돌은 던지지 말아주시라... 꾸벅~
그렇게 식사를 하고, 침대위에 놓여있던 가운으로 갈아입고 없는 기운에 그래도 방 구경을 나섰다. 오오~ 이것도 있네, 저것도 있네... 이만한 호텔 처음 와본 우리는 이것저것 열어보고 들춰보며 한참 신이 났다. 그중 욕실의 세면대를 찍은 사진이 있으니 아래 올려본다.
꽤나 넓직한 세면대다 ^^ 물론 각종 세면도구도 선반에, 서랍 안에 차곡차곡 잘 준비되어있었다. 사실은 간단한 세면도구를 안챙겨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에 칫솔, 치약을 사느라고 얼마나 헤멨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는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었다. ^^;
욕조 넓이도 꽤 좋았다. 물론 꽃잎 동동 띄워져있고, 프론트에서 받은 꽃 목걸이도 거기 띄워 두었더니 사람 들어갈 자리가 없다. 걷어내고 목욕했다. 그리고 잤다... (트윈 베드...)
4월 26일 - 리츠 칼튼에서의 아침
리츠 칼튼의 오션뷰 룸에서는 바다가 쬐금 보인다. 워낙 정원이 아름다운 리조트이니 큰 불만은 없지만, 혹여 바다가 눈앞에 쫘아악~ 펼쳐지는 조망은 최소한 "오션뷰" 정도에서는 기대하시지 않는게 좋겠다. 다음은 테라스 사진이다. 그리 넓은 편은 못되지만 잠시 앉아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거나 담배를 한대 피우는 정도로는 아주 쓸만한 것 같다. (담배 끊은지 여러해째라 실제로 담배를 피우진 않았다. ^^)
아침 식사는 padi 라는 이름의 호텔 안 레스토랑이고 뷔페식이다. 종류도 꽤 많은 편이라 인도네시아식에서부터 간단한 일식, 각종 빵종류, 딤섬도 몇종류, 간단한 양식류 등등 아침식사로 먹을만한 동서양의 음식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즉석으로 달걀 요리를 만들어준다. 준비된 재료중에 적당히 선택을 하면 그것들을 넣어서 만들어주는 오믈렛 또는 스크램블드 에그인데 꽤 맛있었다. 다른 리조트의 후기를 보면 가끔 아침 식사가 좀 부실한 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리츠 칼튼에 가실 분들은 꼭 조식 옵션을 포함해서 가시면 좋겠다. 파디의 뷔페는 맛도 좋고 풍성하다.
아침을 먹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리조트 탐험에 나섰다. 아침식사를 하러 가면서도 느꼈지만, 리츠 칼튼은 객실보다 정원이, 그리고 수영장이 참 멋진 곳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대충 사진을 퍽퍽 찍어도 꼭 서울에서 보던 리츠 칼튼의 홍보용 사진과 같은 것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아침 식사후에 한참을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리조트 내를 구경하며 다녔다. 햇살이 조금 따가왔지만, 곳곳에 꽃과 그늘이 있고 구름이 자주 지나가며 태양을 가려주었다. 발리가 참 좋은 관광지일만 하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실감했다. 따가운 햇살이 있음에도 구름과 바람이 함께 해서 그런지 그렇게 덥게만 느껴지지 않는 점이 참 신기했다.
잠시 객실에 들어가서 이번에는 수영장으로 나갈 준비를 해서 나왔다. 리츠 칼튼의 수영장은 리츠 칼튼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오션뷰 룸보다는...^^;) 수영장에서 바로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중간에 물로 턱이 진 것 같은 부분이 수영장의 끝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부분이다. 실제로는 그 아래로 한 계단 아래의 수영장이 또 있다. 그쪽 수영장도 괜찮지만 역시 전망은 이곳이 멋지다.
점심은 풀 사이드의 선탠 베드에 앉아서 간단하게 스넥을 시켜먹기로 했다. 아침을 파디에서 잘먹어뒀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그저 간식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게 또 대박이었다. "퀘사딜라"
정말 맛있었다. 그 후로 여러가지 음식들을 발리에서 먹었지만, 나는 지금도 최고는 이 리츠칼튼 풀사이드에서의 퀘사딜라를 꼽는다. 약간 겉이 바삭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껍질과, 맛과 향이 잘 조화된 속 내용까지 그리고 그냥 있으면 있나보다 했던 아보카도 크림이 그렇게 맛이 있는 것인 줄은 그날 처음 알게되었다. 물론 댓가는 따른다... 둘이 먹기엔 딱 간식거리였던 퀘사딜라와 칵테일에 약 20만 루피 --;
그렇게 잘 먹고, 수영하고, 풀사이드의 그늘에서 놀고, 또 멋진 리조트 내를 산책하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스파가 유명하대서 마사지를 한번 받아볼 마음은 있었는데 그럴 틈이 없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 어스름하게 저녁이 되어가자 짐바란의 저녁인 만큼 낙조를 보기로 했다. 프론트에 가서 어디가서 낙조를 보는게 좋겠냐고 했더니 권해준 곳이 아래의 잔디밭이다. 낙조 구경 전문 장소인가보다. 앞으로 툭 터진 잔디밭에 장의자가 띄엄띄엄 놓여져있고, 그 옆으로는 횃불 같은 것이 드문 드문 조명으로 밝혀져온다.
이렇게 리츠 칼튼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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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y 2004/08/04
^^ 좋으네요. 동남아 리조트들은 역쉬~! (참고로 '꿰싸디야'라고 읽으시면 바람직. 스페인어에서 L 두개가 붙으면 모음이 되어요 (예) ~lla = 야, ~llo = 요)
litlwing 2004/08/04
오 감사합니다. 꿰싸디야... 그러나 이젠 TGI의 그것은 먹으면 너무 실망할듯 합니다.
SD럽 2004/08/07
저 꿰싸디야 사진을 보니 초록색의 소스가 무지 맛났었다 이야기 하셨던게 생각 나는군요.
내 언젠간 꼭 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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