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한 무채색의 리조트가 검은 바닷가에 서 있다
저희에게 있어서 여행 전체 중 제일 즐거운 일을 하나 꼽는다면, 여행지를 선정하고 숙소를 정하는 겁니다. 가끔은 실제 여행보다도 저 과정이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는 사는 게 너무 피곤하다 보니 저 재미있었던 일 조차 스트레스고, 시간을 뺏는 일이더군요. 이렇게 몇 개 안되던 삶의 즐거움 하나를 뺏긴 마님을 불쌍히 여긴 집의 삼돌군은 혼자 열심히 열심히 공부를 하여 몇 개의 숙소를 찾아옵니다. 그 중 하나가 알릴라 수리였지요.
사진만 딱 봐도 가격이 비쌀 거라는 건 한 눈에 알 수 있는지라 말리는 척..도 했습니다만 워낙 좋아 보이는 숙소라 혹했고, 홈페이지에 5월 말까지 하는 1+1 프로모션이 있어서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던 관계로 지는 척 하고 넘어갔습니다. 환불 불가, 로컬 커뮤니티에 자발적 기부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조식만을 포함하는 요금이었습니다. 참고로 비교적 인기가 많은 알릴라 울루와뚜는 그 정도의 프로모션은 없더군요..^^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했고 저희가 중간에 휴가를 취소해야만 하는 일이 생겨 한번 취소 메일도 보냈다가(휴가 숙소 중 두 군데가 환불불가였던지라 엄청나게 큰 손실이 될 뻔 했었죠..^^;) 다시 갈 수 있게 되어 취소를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언제나 빠르고 정중하게 응대 해 주었습니다.
휴가를 완전히 확정하여 컨펌 받고 결제용 카드 정보와 사인을 모두 보내고 나면 다음과 같은 링크에서 질문지에 답을 작성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개인 선호를 조사하여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라네요.
빌라의 청소 빈도나, 선호하는 음식 혹은 알레르기, 하고 싶은 액티비티 등등을 묻습니다. 가족이 가면 가족 모두가 하나씩 작성 해 달라고 하는데 저희는 그냥 의논해서 두 사람 걸 다 적었다고 했더니 한 번만 하는 걸로 끝났어요. 선호에 대한 조사로서의 의의도 있겠지만 리조트에 어떤 즐길거리(스파라든가 유료로 하는 데이트립 등)가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필요를 알고자 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이번에 동선이 렘봉안(바투 카랑)-우붓(네파타리)-타바난(알릴라 수리)여서 리조트로 가는 때는 네파타리의 차를 이용했습니다. 원래 네파타리 패키지에 공항까지의 리턴 트랜스퍼가 제공되는데 수리는 좀 먼 지역이라 추가로 비용을 지불했구요.(10-15불 정도였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네파타리의 친절한 알리 아저씨 차를 타고 가긴 했습니다만, 신생 리조트인데다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곳에 혼자만 있는 곳이라 중간에 길을 잃는 바람에 거의 두 시간쯤 걸렸습니다. 잘못 든 길이 완전히 시골길이라 내내 덜컹대서 좀 힘들었고, 그 동네 사람들도 리조트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우왕좌왕… 수리쪽에서 온 컨펌 메일을 출력해갔는데 전화번호 하나도 안 적혀있지 뭡니까! 알리 아저씨가 친구한테 전화해서 알아보고 난리를 친 끝에야 겨우 겨우 맞는 길을 다시 찾아서 갈 수 있었죠. 나중에 공항으로의 픽업은 시아룰씨에게 받았는데 알리 아저씨 조언대로 미리 리조트에 말해서 연락번호랑 길 찾는 법을 시아룰씨에게 알렸습니다.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특히 전화번호가 필수!)
아참, 나중에 공항 갈 때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낮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크로보칸부터 정체가 시작이더군요. 꾸따 부근은 뭐 말할 것도 없구요. 1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길(호텔 사람은 40분이라고 말했는데!)이었는데 두 배 걸렸습니다. 밤 비행기 타신다면 상황이 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유있게 나서시길 바래요.
천신만고 끝에 푸른 논 사이로 드디어 무채색 리조트가 모습을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리조트 들어갈 때 빠질 수 없는 차 검문이 있구요. 인상적이었던 건, 검문하는 분들이 우리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하더군요. 물론 헤메면서 건 전화 때문에 우리가 오고 있는 걸 알고 있었겠지만 검문검색하는 경비분들이 “미스터 앤 미세스 졸린곰”이라고 부르는 걸 들으니 세심한 부분을 신경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조트 입구입니다.
매니저와 인사를 나누고 로비를 지나갑니다.
그러고 나면 이런 풍경이 나타나지요. 갑자기 밝아지고 확 트이는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무채석 석재로 지어진 리조트 앞으로 바다가 펼쳐져요.
그리고 들어가면서 담당 버틀러와 인사를 나누고, 그 버틀러가 방에서 체크인 서류를 작성하도록 도와줍니다. 몇 번 아이 이름을 묻는데 곰곰이 본명을 발리에서 얘기하면 사람들이 절대 못알아들어서 이 때 영어 이름도 원래 이름과 제일 비슷한 이름으로 골라 예명으로 붙여줬습니다.^^ 낮과 밤에 다른 분이 근무를 했는데 둘 다 씩씩하고 상냥한 여자 버틀러였고 아이를 무척 예뻐했어요. 하지만 저희 애가 워낙 낯을 가려서 이름만 불러도 고개를 획~돌리는 까닭에 좀 민망하더라구요.
체크인 할 때 물어보니 한국인은 많지 않지만 신혼부부들이 여행사 통해서 들어온다고 하던데 저희도 한 팀 봤어요. 버틀러 말로는 대부분 식사나 스파도 끼워서 패키지를 만들어 온다고 하더군요.(그리고 바쁘다고..^^) 사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리조트 내에서 거의 해결한다 치면 여행사 패키지에 그런 걸 다 포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방은 거의 무채색으로 꾸며져 있고 서향이라 좀 어둡습니다. 침대는 공주과는 아니지만 오히려 저희는 심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취향이라 좋았습니다. 침구는 뽀송하고 폭신했어요.
베이비콧도 놔주긴 했는데 사용은 안 했고 물건 두는 용도로만 사용했네요. 이와 함께 아이용 어메니티를 줍니다.(비누 샴푸 베이비 파우더 치약 칫솔 등..) 이번 여행에서 방콕 쉐라톤과 알릴라 수리에서 두 번 아이용 어메니티를 얻어서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장난감 인형도 주는데 다 가질 수는 없고 물어봐서 하나만 기념 삼아 가지고 왔어요.(저희 야구 응원팀 마스코트인 사자로..) 영어 동화책이랑 간단한 퍼즐 등도 갖고 놀 수 있도록 비치 해 두었습니다.
침실만한 거실에는 책상과 성인 남자도 잘 수 있을만큼 큰 소파(?)가 있습니다. 아들녀석이 여기서 딩굴딩굴 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겼죠.
거실 창만 바로 열고 나가면 풀입니다. 그냥 풍덩~ 하면 되구요. 풀 사이즈도 아들 데리고 놀기 괜찮아서 메인풀엔 한 번도 안나갔답니다. 서향이라 햇살이 안드는 게 날씨가 더우니 오히려 장점이 되더라구요. 리조트에서 준 공을 가지고 아이랑 풀에서 놀아봤습니다. 겁이 많아서 엄마한테서 안 떨어지는 관계로 내내 안고 왔다갔다 했어요.^^
풀 쪽이 아니라 옆 문을 열고 나가면 있는 나름의 테라스. 무채색에 오렌지색 쿠션으로 포인트를 준 게 참 예뻤습니다.(집을 이렇게 꾸며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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