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케이블에서 "빌리 엘리어트"를 봤습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된 것이라서 첫 장면은 놓쳤군요. 그래도 처음 발레수업에 끼어들게 되는 장면부터 보았으니까 많이는 아닐겁니다.
사실 이 곡은 오늘 제가 놓친 그 첫 장면에 나옵니다. 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티렉스의 노래들이 나옵니다만, 가장 처음에 나오는 바로 이 곡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죠.
영화는 물론 좋았습니다.
전에 영화를 볼때에도 실은, 영화는 좋을것 같은데 왠지 "당기지 않아"서 안보고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만, 티렉스 음악이 쭉 깔리고 그중에서도 코스믹 댄서가 나온다는 말에 (땡큐 조양~) 그날로 가서 봤을겁니다. 게다가 첫 장면에서 그 곡이 나와주니 더 바랄게 없었죠.
하지만, 티렉스의 음악을 제외하고도 좋은 영화였죠. 재미도 있었고...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티비로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참 놀랐습니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참 좋게 보았었는데... 오늘 다시 보고 있노라니 그 좋았던 장면들이 참 많이도 잊어버리고 있었더군요. 아예 그런 장면이 있었던가 싶은 "좋은" 장면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뭘 가지고 "좋은 영화"라는 기억을 남겨가지고 있었던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사람은...이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만, 그냥 저로 한정을 하죠.
저는 잘 잊나봅니다. 무엇이 좋았고 어째서 좋았는지 그 좋았던 부분 자체에 대해서도 잊어버리나봅니다. 그저 "좋았다"는 느낌만 남고 또 그것도 희미해져갈지도 모르죠. 좋긴 좋았어. 그런데 얼마나 뭐가 좋았는지는... 글쎄 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싶다는 말은 아니죠. 저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본 영화에서 참 좋았고 감동 받았던 장면들을 전에도 보았지만 그렇게 잊었습니다.
사람은, 아니 저는...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도 자꾸만 확인해보고 싶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 좋아했던 그 디테일을 잊을까봐,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잊어버린 부분들을 메꾸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소중한 것도 바로 그 순간부터 잊어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것을 부인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늘 계속 다시 채우려고 할겁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바로 그 작은 디테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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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
2003/03/18
어제 써니님께서 리틀윙님 홈노래 바뀌었단 말씀에 와봤는데 빌리엘리어트에 나온 노래더군요. (저도 좋아합니다. 사실 그영화 볼때 처음 들은 노래라...) 빌리엘리어트는 좋았다는 기억과 맘에 있어하던 친구와 함께 본 첫영화였습니다. 그냥 유쾌한 영화일거라 생각했고 침대위에서 주인공이 뛰는 예고를 보고 그냥 보자고 결정했었거든요. 왠걸... 영화중간부터 펑펑 울어서 '너도 우느냐는 둥, 너처럼 우는 애 못봤다는 둥.. ' 영 스타일(?)을 구겼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이라 긴장해서 그런 모습 보이긴 싫었었는데 말이죠.. 이런게 좋은 기억이겠죠...
litlwing
2003/03/18
저도 많이 울었답니다. ^^; 티비에서 보면서 또 울었죠. 그나저나... 좀처럼 업데이트도 잘 안되는 홈에 꾸준히 찾아들 주셔서 감사합니다.
써니
2003/03/18
이런이런...리틀윙님 홈 음악 바뀌었단 얘긴 S&D럽님께서 하셨는데^^;; 전 '그렇더군요'라고 대답했구요.
저는 리틀윙님 뵈면 업데이트를 언제 하실런지 여쭤보고싶었다는 말을 했었죠. 흐흐..
S&D럽
2003/03/18
저도 리틀윙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영화를 한번 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가 슬프다니...
그리고 진님은 어제도 제 아이디를 잘못(!)아시더니, 너무 저한테 무관심(?)하신거 아니에요? ㅋㅋ
litlwing
2003/03/18
눈물이 나는 대목이 있는건 분명합니다만, "슬픈 영화"냐고 하면 그런건 아니죠. ^^; 편하게 생각하고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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