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0일 금요일

발리 신혼여행 후기 1 - 출발전 이야기

결혼을 하기로 했다. (두둥~)
우리 마님과 나는 십년을 좋은 친구로 알아왔고
그 후로 사년 동안을 연애 또는 구애 기간으로 보냈고(주로 내가 따라다녔단 얘기지)
말하자면, 그 사년의 마지막 육개월 정도를 본격적인 연애시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결혼이다.

결혼준비라는게 처음에는 아직 시간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시간은 금새 금새 지나가버리고
결정해야할 것, 사야할 것, 만나야할 사람이 정말 많기도 했다.
그 와중에 마님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좀 아팠고, 나는 계속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연말이 지나, 마님이 좀 시간이 나면서 결혼 준비를 거의 도맡아 했고
나는 신혼여행을 맡기로 했다.
내가 소싯적에 배낭여행을 좀 다닌 탓도 있고
학교 다닐 때 유스호스텔 써클을 하면서 좀 다녀봤네 하는 것도 있지만
역시, 회사에서 웹질로 때울 수 있는 결혼 준비라는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

처음엔 하와이가 물망에 올랐고, 빈탄이 좋다더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결국은 발리로 정해졌는데,
내가 다니는 모 사이트의 모모님들의 강력한 추천이 있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왠지 끌리는 곳이었다.
그러면서 아쿠아(http://www.aq.co.kr/)도 알게 되었고,
다음의 발리 까페, 허니문 관련 까페들에도 수시로 드나들게 되었다.

역시 결론은 발리였다.
이유를 꼭 짚어서 말하긴 어려웠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는 드라마가 나오기 이전에 정했다는 건 분명하다. --;
그러나 우리가 한참 신혼여행지를 정하고 호텔을 알아볼때쯤 방영되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결국 그 드라마 안에서 발리 나오는 씬은 한 장면도 못봤다 --; )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신혼여행지를 들을때 마다 언급하게 되는 것이었다. 정말 아니래두 --;

다음은 발리의 어디에서 묵을 것인가. 숙소 문제였다.
처음 발리를 권한 사람들이 권한 곳이 바로 "포시즌"이었다.
죽여준다는 (자기들도 못가봤으면서 어디서 들어가지고...) 말과 함께 강력 추천을 받았는데
알아보니...
정말 죽여줬다. 가격이...

처음에 포시즌을 둘러보고(비록 웹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 뿐이지만)
그 다음에 어떤 리조트가 눈에 흡족하랴...
다만 신혼여행으로 정한 5박을 포시즌에서 하는 건 분명히 무리였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포시즌은 3박도 무리다. --; 무리했다.
'신혼여행이니까'라는 흔하지만 정말 강력한 핑계와 함께
우리의 숙소 1번지는 포시즌이었다.
그리고 "싼 맛에" 정한 두번째 숙소가 바로 "리츠 칼튼"이다. 와하하~

다음에 리츠 칼튼에서 묵은 얘기를 따로 하겠지만,
리츠 칼튼도 정말 훌륭하다.
다만, 리츠 칼튼은 일반 객실에 묵어서 1박당 180불 정도였고
포시즌은 1박에 오백불에서 육백불 가량 하는 풀빌라였으니...
뭐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차게 질러버린 신혼여행"이었다.

이렇게 비싼 리조트를 굳이 택한 것도 물론 이유는 있다.
우리는 정말로 "리조트에서 한발자국도 밖으로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우리는 정말로 정말로 쉬고 싶었고
우리는 원래부터가 최대한의 게으름을 부려볼 생각이었다.
우리는 리조트 안의 시설에 최대한 의지하여 뒹굴뒹굴하며 천국을 느끼다 오리라
굳게 마음 먹었던 것이다.
무슨 절벽을 보러가고, 스노클링을 하고, 배를 몰고, 타운으로 춤을 추러가고...
그런 식의 스케줄을 잡는다면, 솔직히 포시즌 풀빌라는 좀 사치다.
리조트에 착~ 달라붙어서 최후의 단물까지 빨아먹을 각오를 한 우리에게는
좋은 리조트가 필요했다.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바깥으로 나가볼 마음이 조금도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포시즌은 정말 그랬다. (리츠 칼튼도 좋았다 ^^)

숙박할 곳을 대충 정하고 나니
이제 남은 일은 "어떻게 숙박과 항공을 예약할 것인가"였다.
아쿠아를 통해 이런저런 직접 루트를 통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확인을 했고
실제로 몇몇 사이트와 네고 메일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몇몇 여행사들에게도 견적을 받았고.
결과적으로는 조금 비용에 손해를 보더라도 여행사를 통해서 하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이 또한 "신혼여행이니까"라는 핑계가 붙는다.

물론 다음 번의 여행은 숙소와 항공을 따로 가장 적합할만한 방법으로 직접 네고 하고
예약을 할 생각이다. (실제로 추석연휴를 디데이로 잡고 작업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의 여행사 선택에는 지금도 별로 후회는 없다.
혼자 다닐 때야 예약도 없이 유레일 패스 하나 들고 유럽을 누비기도 했지만
이건 "마님을 모시고" 다녀야하는 신혼여행인 것이다.

낯선 곳의 어스름한 저녁 시간에 비행기를 내려서
낯선 말들과 낯선 풍광에 어색한 기분에 젖어있을때
익숙한 한국말로 우리를 인도해서 우리가 묵을 방까지 인도해주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고
그 가치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한 것을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음 번엔 국물도 없다. --;

4월 24일 토요일
결혼식을 올리고 인천으로 출발
마님의 동생이 인천공항 앞의 호텔로 태워주었다.
저녁을 먹고 인천에서 하룻밤...
싱가폴 항공의 싱가폴 경유하는 발리행 노선은(사실 다른 항공사도 마찬가지)
아침 일찍에 있기 때문에 인천에서 하룻밤 자는게 안전하다.
신혼여행인데... 서울에서 뭉기작거리다가 비행기를 놓친다고 생각해보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악몽이 아닌가... 부르르

4월 25일 일요일
계획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항으로 갔다.
공항 앞의 호텔들은 대개 이런 목적으로 지어진 호텔들이기 때문에
이른 시간부터 공항청사로 왕복하는 셔틀 버스들이 마련되어있다.
다만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침밥도 안주더라 쳇.
결혼 첫날 아침부터 굶는 기분... 좋지만은 않다구!
어쨌든 싱가폴 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이륙한다.
서비스 좋다고 소문난 싱가폴 항공이긴 한데, 사실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게 거의 없었으니 그게 잘하는건가 싶다.
기내식도 먹을만 했다.

ps.
본격적인 발리 이야기는 다음편부터...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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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2004/07/31  
제가 아는 부부 중에 가장 효과적으로 염장을 지르는 분.. -_-;
마지막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요! 이런 표정의 웨딩 사진을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두 분 너무 어울리시네요.
그나저나... 저도 발리 가고 싶어졌어요 ;ㅁ; 




 litlwing  2004/07/31  
정식(?) 웨딩 사진은 아니고 스튜디오 촬영시에 친구가 스냅사진으로 찍어준거... 나도 참 마음에 들어.
마님 잠드신 사이에 냅다 올렸는데, 마님이 이번만이라고 특별 허락을 해주셨다네... ^^ 




 geek  2004/08/01  
저 손이 과연 마님다운 자세군요. 




 litlwing  2004/08/03  
옆에 있는 짧고 통통한 손도 역시 삼돌이답지 않습니까? ^^ 




 Woody  2004/08/04  
싱가폴항공하면 역시 언니들의 유니폼이... 구부린(?)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뭘 떨어뜨린다는 사람도 있었음. 




 jade  2004/08/06  
부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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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해 보아도 역시....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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